검찰이 3일 법원과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투지를 보인 것은 “법원의 영장 기각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영장 기각이냐”고 성토했다.
법원은 이날 새벽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등 3명의 체포ㆍ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이어 현대ㆍ기아차그룹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이 구속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8명을 모조리 보석으로 풀어줬다. 법조브로커 김홍수씨한테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의원 보좌관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 검찰 간 ‘결전의 날’을 방불케 했다.
법원에 대한 불만 폭발
론스타 수사에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된 건 5번째, 건수로는 총 7건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청구한 영장은 기각되지 않는다”는 ‘중수부 불패 신화’가 깨진 지는 오래다. 중수부 사건의 영장 기각률은 2003년 0%, 2004년 9.9%, 지난해 9.1%에서 올해 26.9%로 급증했다. 일선 검찰이 청구한 영장도 올해 들어 빈번하게 기각됐다. 검찰은 8월 조관행 전 고법 부장판사의 구속, 9월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방순시 발언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수사를 어떻게 하란 말이냐’ ‘더 이상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는 일선 검사들의 위기감과 불만이 팽배했다. 검찰의 격앙된 반응은 이런 밑바닥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사석 공석을 불문하고 ‘대검에서는 뭐하고 있느냐’는 일선 검사들의 소리를 수천 번은 들었다”고 말해 이 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수사에 인분을 부은 격”
오후 기자간담회에는 중수부 간부들이 총출동했다. 박영수 중수부장은 “최근 법원과의 견해 차이가 커져 수사에 큰 혼선이 생기고 있다”고 운을 뗐다. 박 부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법원의 영장 발부 시스템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법원 결정에 불복하는 방법을 정면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말했다. 검찰 수뇌부가 법원 시스템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채 기획관은 “외롭다.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떻게 검찰만의 일이냐”고 토로한 뒤 “형사사법 정의가 왜곡된다면 법원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처럼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 구속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 검찰 간부는 “남이 장사하는데 소금 정도가 아니라 인분을 들이부은 격”이라며 격분했다. 법원과 검찰의 앙금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