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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그는 정말 왜 그럴까?

입력
2006.11.0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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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가 나무를 기르고 생태계 복원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올 1월 임업인 초청 오찬 발언 등에서)고 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내려갈 고향도 없이 앞으로도 지금 여기에서 힘겨운 삶을 계속 살아야 하는 많은 국민의 입장에서야 임기를 1년 반이나 남겨 둔 대통령이 지지도를 만회할 생각은 않고 걸핏하면 나중에 고향 가서 뭐하겠다는 얘기를 한다는 게 탐탁지는 않지만 정권에 대한 불만을 귀거래사에까지 들이대는 것도 썩 점잖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데 귀거래사로 흘려 들을 일이 아닌 얘기가 튀어나왔다. 두어 달 전(8월 27일) 청와대에 노 대통령 당선에 공이 크다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60여 명을 초청해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였다고 한다. 그제 오마이뉴스에 공개된 이날 대통령의 발언을 요약하면 이렇다.

"언론 환경이 선진국(수준)이 되도록 지금도 열심히 모색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이 문제는 제가 임기 끝나고도 손 놓지 않을 것입니다." 언론이 선진국 수준 되게 하는 일이 대통령이 할 일일까? 선진국에서도 들어본 바 없다.

퇴임 후에도 계속하겠다는 대목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근본이념으로 하는 헌법이 떠올라 말릴 방법이야 없지만 전직 대통령의 활동 치고는 아주 해괴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역시 말릴 수가 없다.

● 아무도 못 말리는 노 대통령

1시간 가까이 했다는 이날 발언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평소의 궁금증이 확 풀렸기 때문이다. 이 발언 25일 전에는 말썽 많던 '노의 남자'김병준씨가 교육부총리직을 사임했고, 12일 전에는 8ㆍ15 특사로 측근 안희정, 여택수씨를 사면ㆍ복권시켜 욕을 먹었다.

최근에만 해도 김병준 오영교씨 등 말썽을 빚을 만큼 빚거나 지방선거에 나가 옥쇄한 인물 5명을 정무특보로 새삼 불러들여 비난을 자초했다.

이어 인재를 널리 구해 드림팀 내각을 만들어 달라는 여당 원내대표의 건의에 오히려 화가 났는지 코드 인사, 오기 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비난을 뒤집어쓸 인물들만을 골라서 외교ㆍ안보 장관직에 앉혔다. 욕을 먹기로 작정을 한 행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래서 그 동안 도대체 왜 그럴까 하고 못내 궁금했다.

그 궁금증이 이날 발언으로 해소됐다."노사모 여러분을 만나서 청와대 녹지원에서 시원하게 허리띠 탁 풀어놓고 소주 한 잔 먹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고 아직도 두려워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죄 지었습니까?" 죄 지은 건 없는데 무섭다는 얘기다.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눈치는 보일까? "그것은 미디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진 미디어는 소총 딱총 단발총 수준이고 저들이 가진 미디어는 1분에 300발씩, 2,000발씩 마구 쏘아대는 다연발총이고 실탄도 한없이 풍부합니다."

노 대통령 심리를 요약하면 이렇겠다.'잘못도 없는데 중간에 날 죽이려고 욕하는 자들이 있어서 국민이 몰라준다.' 노 정권은 국민의 참여를 간판으로 걸고 시작했다. 그래서 '참여'정부다.

그 국민은 언론의 왜곡보도에 농락될 만큼 바보는 아니겠다. 그리고 지금 이 국민은 본인을 대통령으로 뽑아 준 바로 그 국민이다. 노사모만 바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은 게 아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나름의 억하심정을 국민이 아닌 노사모를 불러다 놓고 하소연하고 있는 것이다. 딱하다. 대한민국 4,500만 중에서 그들은 과연 몇 명일까?

● 언제까지 애들과 싸울 건가

노 대통령의 문제는 국민이 아니라 일부 언론과 반대세력만을 상대로 정치를 하는 데 있다고 본다. 국민에게 호소할 시간에 '애들'과 멱살잡이를 하다 이 지경이 된 것이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사람은 매일 변한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보면 사람은 참 안 변한다. 노 대통령이 안 변하는 것이야 노빠들의 환영을 받을 일이로되 국민으로서는 남은 1년 반이 깝깝하기만 하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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