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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포' 된 김홍수 살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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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포' 된 김홍수 살생부

입력
2006.11.0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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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법조브로커 김홍수씨의 ‘살생부 다이어리’가 조작된 의심이 들어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김홍수 법조비리 사건’ 관련자들의 로비자금 수수를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로 제시한 다이어리(일기장)의 증거능력배제는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장성원)는 3일 김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로비자금 수억원을 받아(알선수재) 기소된 의원 보좌관 출신 K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로비자금 수수의 직접 증거는 김씨 진술과 다이어리가 유일한데 두 가지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이어리가 사후에 ‘인위적으로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검찰 수사마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씨가 지난해 초부터 6개월간 작성한 다이어리에는 판사와 검사, 경찰 등 100여명을 언제 만나 청탁과 함께 얼마를 건넸다는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검찰은 4월 서울구치소 김씨의 방에서 이를 압수해 조관행 전 고법부장판사 등이 연루된 법조 비리 커넥션을 밝혀냈다. 이후 김영광 전 검사를 제외한 사건 관련자 대부분들이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유죄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이 다이어리는 곧 ‘살생부’로 불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다이어리가 거의 같은 필체로 기재돼 있는 등 의문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2005년 다이어리’에 2004년 것을 옮겨 적었다고 하면서 ‘2004년 다이어리’가 없는 점을 재판부는 의심했다.

K씨에게 준 회식비 등은 기재돼 있지 않고 경마장에서 수표를 바꿨다고 적은 날에 경마장이 열리지 않은 등 다이어리의 내용이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재판부는 특히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K씨에게 돈을 준 내역을 기억하지 못하고 다이어리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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