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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막다른 골목에 선 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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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막다른 골목에 선 6자회담

입력
2006.11.0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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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는 소식이다. 대화의 장으로 돌아오는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지만 회담 결과를 낙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북한 핵실험은 군사적인 면에서는 인민군 창설 이래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해주었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는 유엔 1718호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한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로 인해 춥고 배고픈 겨울을 예고했다.

그러나 북한이 수십 년 만에 핵실험을 성공시킨 마당에 6자회담에서 순순히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앞으로 더욱 가중될 국제사회의 견제와 채찍을 피하기 위한 손쉬운 피난처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 너무도 다른 북한과 미국의 속셈

북한은 중국의 적극적인 설득을 못이기는 척 받아들이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선 금융제재 해제 후 대화라는 주장에서 한발 양보하는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핵보유국'이라는 새로운 입지를 만천하에 과시할 수 있고 협상조건을 강화하는 한편, 참석 자체만으로도 한국 등으로부터 각종 지원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 같다. 북한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회담이 결렬되거나 지연되더라도 북한은 핵개발을 위한 더 많은 시간을 얻게 되고, 회담 실패의 책임을 미국에 돌릴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이런 계산서에 미국은 어떻게 반응할까.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 핵실험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된 상황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제1차 핵위기 이후 10여년 이상 북한의 벼랑끝 협상을 상대해온 워싱턴도 북한 핵문제에 대한 맷집이 두터워졌다.

미국은 제2차 북핵 위기는 북미 간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이며, 6자회담이 결렬되더라도 유엔과 함께 대응한다는 노선을 굳히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 재개를 반기면서도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부시 행정부의 국방정책을 사실상 관장해온 체니 부통령-럼스펠드 국방장관 라인을 자신의 임기가 마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핵이 이란 시리아 등의 테러리스트 집단에 흘러 들어갈 것을 우려하면서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 원칙, 대북 금융제재, PSI 강화 등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의 안보에 가장 결정적인 변수 역할을 해온 것은 북한과 미국이다. 한국정부는 제2차 북한 핵위기가 불거지자 동족도 동맹도 포기할 수 없다며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말았다.

6자회담이 논의될 당시만 해도 3(한미일)+3(북중러) 회담이 될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실제로 회담에 임하면서 종종 2(미일)+4(한북중러)의 구도가 나타났다.

북한 핵실험 이후에는 이러한 기류가 5(한미일중러)+1(북)로 변화되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해도 군사적 균형은 깨지지 않는다"고 말함으로써 한국정부의 입장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6자회담 재개과정에서도 미ㆍ중ㆍ북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한국은 일본, 러시아와 같은 제3자 취급을 받았다. 북한이 어떠한 행동을 하여도 무작정 이해하려 드는 한국정부의 태도는 결국 한국의 존재 가치를 희석시키고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외면 받는 상황을 만들고 만 것이다.

● 미궁에 빠진 한국 정부의 입장

남북한 간의 지난한 역사를 돌이켜보면 1970년대 초만해도 북한이 경제, 군사적으로 한국의 우위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되지 않은 것은 한국 뒤에는 미국이 있고 미국 뒤에는 유엔이 있다는 것을 북한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한반도의 특수성이나 민족주의에 갇혀 유엔과 함께 행동하지 않고 북한 핵무기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안보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게 될 것이다

김정원 세종대 석좌교수ㆍ전 외교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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