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떨어지고 우울하고 불안증상까지 나타난다. 잠이 잘 안 오고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다…’
남성들이 호소하는 갱년기 증상이다. 흔히 50대 이후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요즘은 40대 남성도 갱년기 경고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한양대병원 비뇨기과 박해영 교수는 “과도한 음주와 흡연, 업무 스트레스 등이 남성 호르몬의 감소로 이어져 남성의 갱년기를 앞당긴다”고 말한다.
남성 갱년기란 일반적으로 혈중 남성 호르몬이 3ng/㎖ 미만인 것을 가리킨다. 노화가 일어나면서 테스토스테론, 성장호르몬, 부신 남성호르몬, 멜라토닌 등 호르몬 감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게 갱년기 증상이다. 개인에 따라 호르몬이 감소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호르몬치만 측정해서는 갱년기 증상을 정확히 진단하기가 어렵다.
갱년기 증상은 나이가 들면서 뇌와 고환의 노화로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나타난다. 고혈압 같은 심혈관계 질환, 당뇨, 고지혈증, 간질환 등 만성 질환도 원인이 된다. 40대 남성이 갱년기 장애에서 예외일 수 없는 이유는 과도한 음주, 흡연, 스트레스, 비만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또 가족력에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악성 종양 등이 있는 경우 갱년기가 조기에 찾아올 수 있으므로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남성 갱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등산은 다리 허리 등 하체를 중심으로 전체 근력을 향상시키고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폐활량을 증가시켜 40대 이후 남성에게 적극 권할만하다. 운동을 하면 남성 호르몬 분비가 늘어 직접적으로 갱년기 증상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혈압, 혈당, 체지방량을 감소시키는 등 이점이 크다.
올바른 식생활도 필수다. 과식을 피하고, 신선한 야채, 서로 다른 색깔의 과일, 콩으로 만든 식품 등을 섭취하고, 설탕이나 소금은 적게 먹는 게 좋다. 패스트 푸드와 같은 기름지고 염분이 많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밖에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거나, 피하조직에 삽입하는 제제(implant) 등이 있다. 남성호르몬을 체외에서 보충해주면 골(骨)분해 속도를 늦추고 골무기질 밀도를 증가시켜 뼈를 튼튼히 할 뿐 아니라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언어능력이나 기억력도 어느 정도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호르몬 보충요법은 몇 가지 부작용도 알려지고 있어 무분별하게 받아서는 안 된다. 박 교수는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의 부작용으로 적혈구가 늘어 혈전색전증의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으며, 흔하지는 않지만 무호흡 증세가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전립선 비대나 전립선암의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으나 이에 대해선 아직 명확히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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