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의 방향과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2일 오전 개최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는 방향타를 잃어버린 거대 여당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상당수 의원들은 정기국회 기간인 현 시점에서 공개적으로 정계개편을 논의하는 게 명분이 부족하다고 느낀 듯 말을 아꼈다. 하지만 앞으로 계파 간의 대립이 격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발언이 적지 않았다. 친노 직계 의원들은 “청산주의적 정계개편에 반대한다”며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통합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대란(大亂)이 있는 게 정상이다”“새 정치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의총에서는 “현재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표출됐지만 구체적인 해법 대신 추상적인 당위론이 거론되는 경우가 많았다. 당초 예상했던 격론이 없었고, “지도부를 중심으로 논의한 뒤 정기국회 후에 결론을 내리자”는 지극히 초보적 합의에 머무른 것도 이 때문이다.
정동영계의 일부 의원들은 대체로 조기 정계개편 논의를 주장했지만 중진그룹이 제동을 걸었다. 김근태 의장측은 정계개편 논의를 책임질 특별기구 구성에 무게를 뒀지만 큰 호응을 얻진 못했다.
이날 의총 결과는 향후 치열한 물밑 세 싸움을 예고하는 동시에 고건 전 총리와 민주당이란 외적 변수에 따라 정계개편 논의가 언제든 폭발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예상케 한다. 당장 출총제와 PSI 문제가 논의될 3일 정책의총이 당청 갈등과 당내 분란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신기남= 청산주의적 정계개편 시도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기망이다. 우리가 개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외부 세력과 통합하려 해도 국민은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유선호= 우리는 전통적 지지층을 지역주의로 매도해온 것 같다. 양심적 시민사회세력을 포함한 민주평화 개혁세력이 다시 뭉쳐야 한다. 12월 초까지는 단일한 정치 일정을 마련하자.
△장영달= 정기국회를 외면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민주당과만 통합하면 지역정당이라는 한계를 갖기 때문에 민주개혁세력까지 시각을 넓혀야 한다.
△김영춘= 지금은 북핵 문제, 부동산 폭등, 민생경제 문제에 집중해야 할 때다. 우리당의 운명이나 미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두 달 정도 뒤로 미루자.
△장경수= 창당 이념을 안고 살아가느냐와 창당 이념을 안고 죽느냐 두 갈래 길이 있다. 살려면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명분으로 내세워야 한다. 이를 위한 회의체를 만들 수도 있다.
△정청래= 총선을 통해 국민이 만들어주는 게 정계개편이다. 국민의 뜻과 다른 길을 갈 수 없다. 여당 의원은 대통령과 한 배를 탄 사람이다. 왜 현직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전직 대통령과 함께 다니는가.
△이종걸= 우리가 추구하는 정책의 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자기 부정은 안된다고 하는데, 자기 부정만큼 큰 반성이 어디 있는가.
△채수찬= 새로운 틀을 만들려면 새로운 깃발이 필요하다. 정기국회 기간에 충분히 논의하자.
△전병헌= 정기국회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겠나. 국정에 충실하면서도 지금부터 정계개편의 틀을 만들어가야 한다.
△문학진= 국민 심판은 이미 끝났다. 국민의 심판을 다 받은 집단이 조용히 있는 것이 비정상이고, 대란이 있는 것이 정상이다.
△안민석= 연말까지 논의하지 말자고 했는데 그게 과연 가능하겠느냐. 최소한의 의사소통 시스템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김원기= 너무 성급하게 기구를 만드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당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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