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이뤄졌으나 미측이 재개될 회담에서 북한의 핵폐기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를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이 문제가 회담의 성패 및 계속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언론과의 회견에서 ‘구체적 증거’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다른 고위 관리들은 ‘효과적 조치’ ‘확고한 진전’ ‘실질적 전진’’진지한 자세’등의 용어를 쓰고 있다. 이는 모두 북한의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미측이 구체적 증거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북한의 행동 내용도 하나 둘씩 공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많은 핵시설 중 하나를 해체하거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재개토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시설 해체와 관련, 영변의 5MW 실험용 원자로, 또는 사용후 핵연료봉을 통해 플루토늄을 얻는 재처리 시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측의 이 같은 요구는 금융제재 해제 등 북한의 행동에 따른 반대 급부를 상정하지 않은 채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을 더욱 자극, 강한 반발을 일으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9월 베이징 6자회담에서 합의된 ‘9ㆍ19 공동성명’은 관련국 사이의 합의 이행을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으로 맞물려 가며 하기로 했으나 미측은 아직까지 이 점에 대해서는 언급 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그 이유에 대해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이기 때문에 6자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자세가 다를 수 밖에 없다”면서 “핵실험을 한 북한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핵시설을 계속 가동시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회담을 지속키가 어렵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은 핵실험에 따라 지불해야 할 ‘대가’일 뿐 반대급부와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얘기다.
미측은 이 같은 요구를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의 나머지 5개 참여국의 공동 요구로 6자회담에서 제시하는 것이 목표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미 한미일 간에는 대략적인 의견일치가 이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부시 대통령이 예고한 니컬러스 번즈 국무부 정무차관과 로버트 조지프 군축 및 비확산담당 차관 등의 동북아 순방에는 이 같은 5개국간 합의 도출이 주요 임무로 상정돼 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일 “동북아 순방팀은 한반도 비핵화를 확실히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관련국들과 조율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미국의 의지를 거듭 분명히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