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한 한판 싸움이 시작됐다. 온라인 지식사회의 제왕 위키피디아에 도전장이 날아든 것이다. 도전장을 던진 사람은 래리 생어(38). 미국에서 태어나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지미 웨일즈(40)와 함께 2001년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다아를 창립한 인물이다.
위키는 발족 2년여 만에 엔카르타나 브리태니카 온라인 등을 완전히 평정하고 인터넷 백과사전계의 제위에 올랐다. 그런데 위키 편집장을 지낸 생어가 "위키는 대단한 일을 해냈지만 세상은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조만간 위키의 자리를 빼앗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 인터넷 백과사전이란 온라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일목요연하게 특정 항목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미국 야후나 구글에 들어가서 'universe(우주)'를 치면 이 단어가 들어간 문장이나 기사가 무차별적으로 뜬다.
여기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지식을 찾아내려면 클릭만 하다가 시간 다 간다. 반면에 위키는 단어를 입력만 하면 책 이상의 체계적인 설명이 바로 튀어나온다. 특히 각주나 용어는 클릭만 하면 관련 사이트로 바로 연결되고 돈도 낼 필요가 없고 짜증나는 회원 가입 절차도 없다. 한 마디로 클릭하면 나온다.
■ 그런데 생어가 최근 시티즌디움(http://www.citizendium.org)이라는 신종 위키를 내겠다고 선언한 이유는 위키에도 몇 가지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데 의존하다 보니 그 수준과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분야별로 내용을 검증하고 걸러줄 수 있는 권위 있는 편집진이 따로 없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그래서 '만물에 대한 시민들의 대계(大系)'를 표방하는 시티즌디움(citizens'compendium of everything의 약자)은 전문가들로 편집진을 꾸리고 네티즌들의 기고도 기명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 벌써 박사학위 소지자나 전 세계 유명 대학 교수 등 200여 명이 편집진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천하의 대세란 나뉜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 오래면 반드시 나뉜다"고 했는데, 이제 위키로 합쳐진 온라인 지식계가 다시 분열을 시작하는 것이다.
세상의 분열이야 바랄 일이 아니로되 사이버제국의 지각변동은 지식에 목마른 이들에게는 마냥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쟁이 창조를 낳을 테니 말이다. 한 가지. 생어의 기자회견 직후 영문판 위키는 벌써 A4 용지 16장 분량으로 citizendium을 소개했다. 무섭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