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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씨네다이어리/ 할리우드 '공룡 연합'의 공격

입력
2006.11.0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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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9월 충무로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미국 메이저영화사 유니버설과 파라마운트, MGM이 설립한 다국적 배급전문 회사 UIP가 전국 9개 극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위험한 정사> 를 직접 배급(직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신 영화가 곧바로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영화인들에게 큰 위기였다.

‘생존권 사수’를 위한 영화인들의 반대 투쟁은 치열했고 거칠었다. <위험한 정사> 가 상영 중이던 극장에 뱀을 풀어넣거나 방화를 시도하는 극약처방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 이와 관련해 정지영 감독이 <남부군> 촬영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되는, 영화 같은 장면도 연출됐다.

UIP의 진출 이후 워너브러더스와 20세기 폭스 등 미국의 모든 메이저 영화사들이 속속 직배체계를 갖췄다. 그러나 “충무로가 고사하게 될 것”이라는 당시 영화인들의 비분에 찬 예언과 달리 할리우드의 한국영화 시장 장악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영화는 90년대 후반부터 고공비행을 거듭하며 최근 50%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난히 이름 값을 못하는 미국 직배사들이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30일 한국내 통합회사를 출범시키는 소니와 브에나비스타의 결합이 그 신호탄이다.

컬럼비아와 트라이스타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소니의 올해 1~9월 시장점유율(서울관객 기준)은 5.7%. 월트디즈니, 픽사, 터치스톤, 미라맥스 등의 영화사를 거느린 브에나비스타는 6.5%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12.2%로 배급시장 3위, 시네마 서비스의 12.5%에 육박한다. 이들이 곧 선보일 작품의 진용은 화려하다. 픽사 애니메이션 세 편과 <스파이더맨3> <007 카지노 로얄>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등이 통합회사의 이름으로 시장에 배포된다.

통합 시기도 절묘하다. 스크린쿼터 일수(기존 146일)가 반토막 난 상황에서 한국영화와의 대결이 한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면 두 회사의 영향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짙다. 할리우드 입장에서는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든든한 교두보가 구축되는 셈이다. 두 회사의 포옹이 단순히 수치상의 결합으로 끝날지 아니면 한국영화 시장을 뒤흔들 큰 변수가 될지 눈길을 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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