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전작권과 한미동맹의 변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전작권과 한미동맹의 변화

입력
2006.11.01 23:50
0 0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21일 제38차 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에 합의했다. 명확한 시기는 정하지 못하고 전환 시기를 2009년 10월15일부터 2012년 3월15일 사이로 폭넓게 설정했다. 전작권이 한국으로 전환되는 것은 단순한 군사적 측면의 변화가 아니라 한미동맹의 성격을 바꾸는 일이다.

현재의 한미동맹은 한국과 미국이 연합군사체제를 구축하여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혹시 도발할 경우 격퇴하는 '한반도 방어동맹'이다. 한국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여 지상 작전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필요를 계산한 후 한국에 지상군과 공군력을 배치하여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는 형태이다.

즉 주한미군의 역할은 한국의 주요 지역에 지상군이 주둔하면서 한국과 함께 전선의 동반자로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도록 특정지어져 있다. 지휘체제의 경우 양국 수뇌부의 합의에 의한 결정을 연합사가 지휘권한을 갖고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전작권이 한국으로 전환되면 한미동맹의 성격은 '지원대기 안보동맹'으로 바뀐다. 지원대기 안보동맹은 주로 위기 관리와 유사시 전력의 재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한국군이 한반도 방어의 1차적 책임을 지고 미국은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한국군은 방어동맹 때와 같이 한반도 방어를 위한 임무를 수행하지만 국가방위에 대한 책임이 증대된다.

주한미군은 한국에 주둔하나 주된 역할은 한반도 유사시 전개전력을 수용하고 지원을 위한 것으로 바뀌게 된다. 지휘체제의 경우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한국과 미국은 합동군 사령부와 주한 미 통합사령부를 각각 창설해 독자적인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된다. 양측 사령부를 연결할 핵심기구로서 군사협조기구가 새로 창설되나 이전의 연합사와는 달리 예하부대를 갖지 못하여 지휘권한은 없다.

이러한 동맹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선 주한미군의 역할이 북한이라는 특정 위협에 대한 대비에서 벗어나 한반도 유사시 지원 역할에 집중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평시에 주한미군, 특히 지상군을 한국에 주둔시킬 의무가 없어진다. 미국은 현재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자국의 전력을 마치 금융시장에서 자본이 국경 없이 드나드는 것처럼 자유롭게 사용하여 전력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군사력 변환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주한미군도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전력의 일부 자산으로 공식적으로 편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동맹이 전환될 때까지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이 북한 핵위협의 대비에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지원대기 안보동맹 체제하에서 미국은 유사시 지원 역할을 맡게 됨으로 한국이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성격을 가진 북한 핵위협에 주도적으로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 안보환경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맹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의 안보환경에서 한국에게 유리한 주한미군의 역할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위협에 특정하여 대비하는 것이고, 북한 핵위협에 대해서도 한국은 실상 대응할 만한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이 전작권의 이양을 2012년으로 상정하고 안보환경의 변화를 감안하여 미국과 논의해 나가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한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2009년을 고집할 경우 협의 과정에서 한국은 최대한 한반도 방위를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한미간의 제도적 긴밀성을 확보하여 북한 핵위협에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박원곤ㆍ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