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매주 목요일 작가들의 우정 편지를 연재한다. 작품의 바깥, 사적인 삶의 안뜰에 일군 작가들의 다양한 글밭 풍경이 열리는 것이다. 우리는 이 귀한 글들이 그 자체로 우리 문학의 새로운 풍경이 되리라 믿는다. 지금 열리는 이 문은, 우리 문학의 공간을 넓히고 독자들의 감동을 키워줄 것이다. 편지를 전해줄 ‘우체부’ 김다은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1일 만났다.
-디지털 시대의 편지는 어떤 의미인지.
“소통의 수단과 형식이 달라지면 사유의 방법과 감각도 달라진다. 같은 여정이라도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과 고속전철을 타는 것이 어찌 같겠는가. 편지는, 이메일이나 휴대폰과 달리, 세상과 인간 사이를 여행하는 가장 느리고 고전적인 방법이다.”
- 편지와 문학은 어떤 연분(緣分)인지.
“모든 사적인 글쓰기는 고유한 운율과 리듬을 지닌다. 일기는 자신을 독자로, 편지는 수신자를 독자로 한다는 점에서 수필 시 소설과 구분될 뿐이다. 일기나 편지도 공개되어 독자가 개입하면 문학 텍스트로서의 보편성을 얻게 된다. 기존의 장르론은 시와 소설을 중심에 두고 편지나 일기를 주변으로 내몰지만, 현대 작가론은 한 작가의 다양한 글쓰기에 나타난 고유한 특질(씨니피앙스)을 분석하여 편지의 문학적 위상도 재정의한다.”
그는 <작가들의 연애편지> 책 출간을 계기로, 30여명의 작가들과 함께 <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 을 꾸렸고, 매달 독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편지> 작가들의>
- 모임을 결성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몇 개 들려달라.
“3년 동안 모은 연애편지는 30통이었지만 책 출간 직전에 3통이 빠졌다. 연애인지 우정인지 고민하다 결국 우정을 택한 이들의 편지였다. 그 편지들은 이 코너를 통해 소개될 것이다. 발신인은 기억도 못하는 아주 오래된 편지를 수신인이 내게 건네준 일도 있다. 그 경우 원고료(저작권)를 누구에게 줘야 할지…. 또 흥미로운 점은, 우리 모임에는 소설가 김동리처럼 작고한 문인도 참가한다는 사실이다.”
-연재의 주역들을 미리 귀띔해달라.
“편지를 통해 시를 습작한 10대의 박형준, 마광수의 언제나 야한 우정, 함정임이 소설가 조경란이나 편집자 박상순(시인)과 주고받은 디지로그, 아버지 김인환 고려대 국문과 교수와 딸 김서영(평론가)이 동일한 날에 한 소설가에게 보낸 편지의 미스터리, 서영은이 소설가 김지원ㆍ김채원 자매와 주고받은 편지, 그리고 김훈, 이문재, 권현숙, 정끝별, 박상우, 하성란 등 편지모임 회원들의 편지가 주로 게재될 예정이다. 하지만 <김다은의 우체통> 에 편지를 넣어주는 작가라면 누구든지 이 코너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김다은의>
그는 이 코너를 계기로, 작가들이 서랍 속 편지들을 꺼내 자료로 보존하고, 현대의 작가들도 과거 지식인들처럼 책이나 세상사의 논점을 찾아 서로의 벽을 뚫고 우정의 목소리를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하자 그는 “편지는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도 우정을 맺는 방법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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