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일 외교안보라인 개편 발표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오기ㆍ독선 인사의 전형”이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폭 넓게 인재를 골라 쓰라”는 야당과 여당의 주장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마이동풍(馬耳東風), 우이독경(牛耳讀經)식 인사를 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에서 “한마디로 외교ㆍ안보라인이 아니라 코드 라인”이라며 “(현 정권은) 국회와 국민의 심판을 모면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진행될 인사청문회에서 내정자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인사의 부적절성을 부각시키겠다는 뜻이다.
비난의 초점은 우선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에게 집중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불법 자금을 받아 구속됐던 인사를 장관직에 오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성공회 신부 출신인 이 내정자의 종교적 양심이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이 내정자의 부적격 사유로 ▦전형적인 ‘노(盧)의 남자’에 대한 보은인사 ▦통일 분야 경력이 없는 비전문가 ▦한쪽으로 치우친 이념 성향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통외통위 소속 권영세 최고위원은 “이 내정자는 2002년 대선 때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작년 8ㆍ15특사로 사면복권된 인물”이라며 “비전문가를 굳이 통일장관에 앉힌다는 것은 인연에 대한 보은인사”라고 비난했다.
정형근 최고위원도 “이 내정자는 ‘북한의 2차 핵실험은 필연적’이란 발언을 할 정도로 안보불감증에 빠져 있기 때문에 한미관계를 강화하고 복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내정자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은 거의 필연적으로 있는 것으로 이 문제를 너무 그렇게 확대 해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비판이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번 인선을 싸잡아 비판했다. 나 대변인은 “송민순 외교부 장관 내정자 발표는 청개구리 인사로 한미동맹을 완전 균열시키겠다는 것” “김만복 국정원장 내정자 발표는 코드 인사를 통해 간첩단 수사를 축소ㆍ은폐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번 개각에 대해서는 여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여당은 공식적으로 ‘무난한 인사’라는 의례적 평가를 내놓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또다시 당을 무시한 노무현식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 안보와 경제가 비상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널리 인재를 구해 안보와 경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게 좋겠다”는 전날 원내대책회의 발언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코드인사 배제’ 요구를 노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의식한 듯 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재정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통일장관 내정자로 발표한 것을 보은인사라고 하지만 이 내정자는 본래 통일 분야에 전념해온 분”이라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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