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중국 외교부는 클라크 랜디트 주중 미 대사에게 급히 연락을 취했다. 북한과 조건없는 북ㆍ중ㆍ미 3자 베이징(北京) 회동을 갖자는 내용이었다.
랜디트 대사는 “북한이 조건 없이 3자 회동을 이른 시일 내에 갖자고 밝혔다”는 중국 외교부의 전언을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곧장 전달했다. 라이스 장관은 북측이 회동 전제조건으로 금융제재 문제 해제 문제를 내세우지 않았고, 6자회담 틀내의 3자 접촉이라는 형식이 미국의 기본입장을 훼손시키지 않는다고 판단, 28일께 북ㆍ중ㆍ미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승인했다. 백악관과 국무부 간 조율도 진행됐다.
미중 양국은 회동 예정 사실을 한국, 일본 등 관련국에 알리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채 은밀히 진행됐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9일 라이스 장관으로부터 3자 회동 참석을 지시받았다. 피지에서 열리고 있는 퍼시픽 아일랜드 포럼에 참석중인 힐 차관보는 회의를 급히 정리하고 호주를 경유해 30일 베이징으로 향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31일 오전 9시 고려항공으로 중국에 입국, VIP실을 통해 은밀히 북한 대사관으로 향했다.
3자 회동은 오전 11시부터 7시간 가량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진행됐다. 회동 순서는 미중 양자접촉, 3자 회동, 북미양자 접촉, 3자회동 순으로 진행됐다. 6자회담이 열리는 댜오위타이는 회의실이 완비된 2~3층의 독립 건물들이 10여채 들어서 있어 다자 회동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회의실이 여럿 있어 한꺼번에 다양한 양자접촉이 진행될 수 있고, 식사도 회의장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3국 대표단은 점심 식사를 회의장에서 들고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다.
3자 회동의 최대 고비는 오후에 진행됐던 만 1년만의 북미 양측 6자회담 수석대표 접촉이었다. 힐 차관보는 북측이 금융제재 문제 등을 제기할 것에 대비, 통역을 대동해 김 부상과 1대1 접촉도 진행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보스니아 사태 당시 협상력을 인정 받았던 그가 “협상이 비즈니스 상담 같았다”고 말한 것도 협상이 쉽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북미 접촉을 통해 6자회담 조기 재개, 6자회담 내에서 금융제재 문제 논의라는 합의를 이룬 양측은 북중미 3자 회동을 거쳐 발표문안을 정리했고 이날 오후 7시께 중국 외교부는 웹사이트를 통해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이번 3자 회동의 1등 공신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북한이 복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북한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은 24일 “최선의 방안은 북한이 6자회담에 무조건 복귀해 회담에서 금융제재 문제 등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측은 원유공급 감축, 북한 선박ㆍ항구 검색, 대북 금융업무 중단 등의 카드를 제시하면서 북한을 압박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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