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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커플'의 대박 자매 작가 홍정은 홍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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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커플'의 대박 자매 작가 홍정은 홍미란

입력
2006.11.0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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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쾌걸춘향> 의 ‘돈 독 오른 여자’ 춘향(한채영), SBS <마이 걸> 의 ‘뻥 잘 치는 여자’ 유린(이다해), 그리고 요즘 인기 절정인 MBC <환상의 커플> 의 ‘세상을 발 아래 둔 여자’ 안나(한예슬)까지. 홍정은(32) 홍미란(29) 자매 작가가 그려내는 여주인공들은 기존 드라마들이 구축해놓은 ‘사랑 받는’ 여자의 조건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예전 같으면 욕깨나 먹었겠지만, 요즘 시청자들은 그런 그녀들에게 열광한다. 특히 ‘안하무인 엽기녀’의 전형인 <환상의 커플> 안나의 인기는 연기자 한예슬까지 눈 비비고 다시 보게 만든다. 별난 여성 캐릭터를 앞세워 트렌디 드라마에 새 바람을 몰고 온 ‘홍 자매표 드라마’의 힘은 무엇일까.

#"꼬라지 하고는~"

안나가 기억을 잃기 전 입에 달고 산 말이다. 요즘 드라마 여주인공의 입이 예전보다 많이 거칠어졌지만, 안나처럼 세상 모두에 최상급 경멸어투를 구사하는 인물은 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사기도 곧잘 치는 유린도 여느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캐릭터다. 하지만 안나와 유린은 자기가 벌어 자기가 쓴다.

안나가 괴팍할 수 있는 것도 스스로 돈을 벌 능력이 있기 때문. 즉 독하지만 독립적이다. 반면 <환상의 커플> 의 유경(박한별)처럼 예쁘고 얌전하지만 결혼에 매달리는 여자는 ‘내숭’ 취급을 받는다. 홍 자매는 “남자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의 삶은 스스로 결정하는 그런 여자가 좋다”고 말했다. 결국엔 왕자님 만나 인생 역전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로 흐르고 마는 여느 드라마들과 달리 뻔뻔하지만 당찬 여자들의 좌충우돌 인생 역정은 ‘홍 자매표 드라마’의 첫 손 꼽히는 매력이다.

#"널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쯤은 알 것 같아."

홍 자매의 작품들에는 첫 눈에 반하는 운명적인 사랑은 없다. <쾌걸춘향> 의 불량학생 몽룡(재희)이나 안나가 기억상실 뒤 만나는 동네 수리공 철수(오지호)처럼 남자들도 그리 멋지지 않다.

그래서 작품 초반에는 대가 센 남녀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펼쳐진다. 하지만 홍 자매는 <마이 걸> 의 유린이 공찬(이동욱)과 이별하게 됐을 때 펑펑 울거나, <환상의 커플> 에서 안나가 철수에게 살짝 호감을 표시하는 것처럼 가슴 저린 멜로의 한 순간을 잡아낸다. “오프닝은 해프닝, 엔딩은 멜로”가 홍 자매의 기본 원칙. 홍 자매는 “자꾸 부딪치며 정들고 서로를 지키고 보호하려는 의리를 통해 감정이 커지는 게 사랑 같다. 그래서 웃고 떠들다가도 슬퍼진다”고 말한다.

#"사장님, 저 못 믿으십니까? 저 공 실장입니다!"

홍 자매 드라마엔 패러디가 곧잘 등장한다. <쾌걸춘향> 은 <미안하다, 사랑한다> 같은 멜로물을 패러디 했고, <마이걸> 에서는 상상을 빌려 여주인공의 불치병, 남매의 비극적 사랑 등 기존 트렌디 드라마의 뻔한 설정들을 비웃었다. <환상의 커플> 은 안나와 철수의 첫 만남을 공포영화처럼 그리거나 SBS <웃찾사> ‘형님뉴스’의 인기대사 “형님, 못 믿으십니까? 저 길용이어라”를 차용하는 등 폭이 더 넓어졌다. 홍 자매는 이처럼 장르의 특성을 콕 짚어내 뒤틀어 보여줌으로써 트렌디 드라마의 전형에서 벗어난다. “앞으로 무협 드라마를 쓰고 싶다”는 홍 자매의 바람은 우연이 아니다.

#"나한테 가족이 생긴 거야?"

홍 자매 드라마에는 늘 여주인공이 새 가족을 찾는 이야기가 깔린다. 고아나 다름없던 춘향과 유린은 시댁 식구를 한 가족처럼 여기며 살고, 홀로 자란 안나는 기억상실 후 철수와 그의 조카들이 자신을 버리지 않는 가족이란 사실에 기뻐한다. 홍 자매는 “가족은 삶의 기본이며 가장 큰 사랑도 가족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독특한 캐릭터와 엽기 발랄한 코미디에도 불구하고 홍 자매의 드라마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작품 밑바탕에 모두를 따뜻하게 감싸는 가족애가 있기 때문이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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