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중재로 북한과 미국이 6자회담 재개에 합의했지만 진짜 협상은 지금부터라고 봐야한다. 그만큼 회담 결렬과 교착의 빌미가 될 지뢰밭이 도처에 널려 있고 나아가 궁극적 목표인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핵 포기라는 목표점까지 가는데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단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계좌 동결 문제의 해법마련이 11월 말로 예상되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일차 관문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6자회담 재개 합의 후 “6자회담에서 (BDA 등)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아마도 실무그룹 회담을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미루어 회담 재개에 앞서 사전 협의과정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바탕으로 6자회담에서 금융제재에 대한 진전된 안을 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미 양측이 이날 베이징 회동에서 어떤 전향적인 자세와 방안을 제시했는지 확인되지 않지만 해법마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은 BDA 문제가 불법행위에 대한 법 집행 차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북한은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사전 협의과정에서 양측이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조치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측은 회담 재개에 따라 안보리 제재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단호히 거부할 것이 확실하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6자회담 재개와 상관없이 안보리 대북제재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 포기에 대한 보장 없이 안보리 제재를 풀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도 “안보리 제재는 핵실험에 대한 징계차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6자회담 재개와 안보리 제재는 별개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북미간에 대북제재에 대해 유연하게 타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돼 6자회담이 본격 진행되더라도 순탄한 진전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북측은 핵을 지렛대로 이용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9ㆍ19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5자 당사국이 주기로 했던 대가 이상을 북측이 요구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핵실험 성공을 내세워 6자회담을 핵 군축회담으로 바꿀 의도를 보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일본은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3국 장관은 북한 핵실험의 성공여부에 상관없이 핵 보유국을 인정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때문에 북측이 과도한 대가를 요구하거나 군축회담 의사를 보일 경우 회담은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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