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서 최대 걸림돌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문제였다. 지난해 9월 불거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 문제는 지난 1년간 북미간 갈등을 자아낸 근본 이유였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촉발제도 바로 BDA였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따라서 북한의 회담 복귀는 일단 금융제재 문제 해법에 대한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9일 탕자쉬안(唐家琁) 중국 특사를 만나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혔다. 그는 특히 “회담에 복귀하는 대신 우리가 들어가면 가까운 시일 내에 금융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31일 베이징 북미중 3자회동에서 미국이 금융제재와 관련된 진전된 안을 내놓은 것도 북한의 판단을 도왔다. 정부 당국자는 “금융제재와 관련해 뭔가 있을 텐데 그것이 외교적 수사로 전달됐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어떤 것이었을까. 우선 미 재무부가 중심이 된 BDA 조사팀이 북한 계좌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다. 북한 계좌에 동결된 2,400만 달러 중 애초 동결 이유로 내걸었던 위폐 유통 혐의가 없는 합법 계좌는 풀어주고, 나머지 계좌는 조사를 계속 한다고 발표한다는 구체적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이른바 합법적인 거래에 해당하는 금액의 동결을 우선 해제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북한도 ‘금융제재의 모자를 쓰고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누그러뜨릴 명분이 생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도 31일 “회담이 재개되면 대북 금융제재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또 6자회담 내에서 북미 양자회담을 별도로 갖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미 ‘선 금융제재 해제’라는 조건을 접은 만큼 미국도 양보책을 내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 역시 이미 핵 보유라는 새로운 카드가 있다고 판단,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자신감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마련했던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도 효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포괄적 접근방안 실행을 위해 미국 중국 북한 사이를 바쁘게 뛰어다녔다. 포괄적 접근방안이 금융제재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미국의 동시 양보를 강조하는 내용인 만큼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