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이후 안보 비상상황을 이끌어갈 새 외교안보라인은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 체제로 요약된다. 기존 안보라인의 핵심실세로 외교정책을 이끌어온 송 실장이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겨 명실공히 정책 사령탑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북정책을 포함한 향후 외교안보 정책의 주도권도 송 실장이 이끄는 외교부가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정책의 전반적 기조도 국제공조 등 대외관계 보다 남북관계나 대북포용정책에 힘이 실렸던 기존 이종석 통일부 장관-송민순 실장의 투 톱 체제에 비해 대외관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미세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이 따가운 여론에도 불구하고 송 실장을 사실상 외교부 장관에 낙점한 것은 송 실장이 추구하는 외교정책 방향에 대한 신임을 재확인해 준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의 좌장으로 송 실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외교부가 정책 전반을 이끌고, 청와대 안보정책실과 통일부가 뒤를 밀어주는 양상이 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외교안보정책에서 당장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의 비중이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대북포용정책을 축으로한 참여정부의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송 실장이 한반도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갖는 특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대북포용정책은 오히려 보다 세련된 형태로 고도화할 가능성도 있다.
차기 통일부 장관으로 유력시되는 재야출신의 이재정 민주평통 수석부의장도 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포용정책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 확실하다.
물론 북한 핵 위기 해결을 위한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의 조정과정에서 관료출신의 송 실장과 정치인 출신의 이 부의장 사이에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도 외교부와 통일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확대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상당한 견해차를 보였다.
그러나 참여정부 후반기 들어 외교안보정책 실세부서로 부상한 청와대 안보정책실은 다소 힘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처럼 외교안보정책 전반을 이끌기 보다는 실무적이고 구체적 기능을 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송 실장의 후임자로 육군준장 출신 국방문제 전문가인 백종천 세종연구소장이 내정된 사실은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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