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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부실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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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부실시공

입력
2006.10.3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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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효율적인 건축재료로 알려진 시멘트는 실은 수 천년 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축조하는 데는 석회와 석고를 섞은 시멘트가, 로마시대에는 석회와 화산재를 섞은 시멘트가 사용되었다.

18세기까지 공기 중에서 굳는 기경성(氣硬性) 시멘트가 사용되다가 한 토목기사가 점토질을 가진 석회석을 구워 등대를 만들면서 시멘트의 수경성(水硬性)이 확인되었다. 오늘날과 같은 시멘트는 1824년 영국의 벽돌공이 석회석과 점토를 혼합해 발명한 것으로, 모양과 빛깔이 포틀랜드 섬의 천연석과 비슷해서 포틀랜드 시멘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 석회질과 점토질 원료, 약간의 규산질과 산화철을 적당한 비율로 혼합해 고열로 구워 만들어내는 포틀랜드 시멘트는 단독으로는 별로 쓰이지 않는다. 모래 자갈 물과 만나면서 콘크리트라는 효율적인 건축자재로 탄생한다.

여기에 철근이 더해지면 가장 튼튼한 건축재료가 된다. 제대로 시공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수명은 이론상 100년을 넘는다. 콘크리트가 양성하면서 강해지는 기간이 50년, 이후 강도가 줄어드는 기간을 50년으로 본 것이다.

■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선 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한 신뢰가 낮은 편이다. 1970년대 이후 우후죽순으로 지은 아파트들이 20년도 안 돼 재건축이 불가피할 만큼 부실 시공된 때문이다.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은 건설업계의 부실시공 관행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활발한 재건축ㆍ재개발의 빌미를 고질화한 부실시공이 제공해준 셈이다. 미 대외원조처(USOM) 지원으로 필리핀업체가 건설ㆍ감리를 맡아 1961년 완공한 8층짜리 쌍둥이건물(현재의 미 대사관 건물과 문화관광부 건물)이 아직 멀쩡한 것을 보면 당시 건설업계의 부실시공 정도를 잘 알 수 있다.

■ 정부가 기존아파트의 증축 리모델링 가능연한을 지은 지 20년 이상에서 15년 이상으로 앞당긴 조치가 규제완화 측면보다는 과거 부실시공의 개연성을 감안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 건설업체의 기술수준은 유수의 초고층빌딩을 지을 만큼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그럼에도 부실 시공ㆍ관리의 우려는 여전하다. 감리업체가 시공업체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적 모순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설 수많은 신도시, 뉴타운이 수명도 못 채우고 재개발ㆍ재건축 대상이 된다면?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악몽이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na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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