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 버젓이 고개를 들고 살아간다. 매일매일 TV 뉴스가 전하는 사건ㆍ사고는, 완벽한 법률 체계란 존재하지 않음을 전하는 것이다. 영화는 법관을 꿈꾸는 대학생 라이토(후지와라 타츠야)가 이름만 적으면 그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는 ‘데스노트’를 습득하면서 변하는 욕망을 다룬다.
법의 한계를 느끼던 라이토는 ‘데스노트’를 이용해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며 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흉악범들을 하나씩 제거한다. 세상의 범죄자들을 사라지게 한다는 생각에 점점 살인에 대한 죄의식을 잃어가는 라이토. 그가 범죄자를 하나 둘씩 처치할 때마다 대중들은 죽음의 배후에 누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를 ‘키라’라고 일컬으며 숭배한다. 경찰은 키라를 잡기 위해 세계적인 명탐정 L(마츠야마 겐이치)을 고용한다.
정의를 꿈꾸던 라이토가 타인의 목숨을 담보로 노트의 효과를 실험하고, 자신을 쫓는 FBI를 따돌리기 위해 여자 친구 시오리의 죽음을 방조하는 모습은 완전한 정의가 인간세계에 존재하는지 회의를 품게 만든다. 또 라이토와 L이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설정된 점과 L이 세상과 단절하고 실내에서 쪼그리고 앉아 초콜릿과 마시멜로 같은 단 음식을 즐기는 캐릭터로 설정된 점은, 사법제도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을 극명하게 드러낸 듯한 인상이 든다.
그러나 일본에서 2,100만 부 이상 판매된 오바타 다케시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라이토와 L의 치열한 두뇌 싸움에 초점을 두는 오락 영화로 내달리면서 이런 분석을 무색하게 한다.
지난 6월 일본에서 개봉한 <데스노트> 는 일본, 홍콩, 대만 박스오피스에서 1위에 올랐으며, 만화가 번역 출간된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영화가 1, 2편으로 분할 제작돼 라이토와 L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장면에서 끝난다는 점이다. 그들의 진검 승부를 보려면 내년초에 개봉할 후편을 기다려야 한다. 감독 가네코 슈스케. 2일 개봉, 12세. 데스노트>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