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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음악의 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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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음악의 용도

입력
2006.10.3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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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씨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14장의 음반 <일상이 아름다운 음악> 이 법무부 후원으로 EMI에서 제작됐다. 교도행정의 일환이었다. 그 음반들의 선곡을 맡은 시인 김정환은 안내 글을 이렇게 시작한다.

'덜 깬 잠을 음악으로 적셔 깨어날 수 있다면, 깨어남은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음악을 통해 하루의 피로를 활력으로 바꿀 수 있다면 시간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커튼처럼 드리워진 음악이 인생의 의미를 속살거리는 그 속으로 잠들 수 있다면 잠과 꿈은 얼마나 안온할 것인가.'

"물론 클래식음악을 싫어할 수도 있지.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한테 클래식 음악 감상을 강요하겠다는 게 아니야. 단지 기상나팔에 맞춰 몇 초 안에 허둥지둥 깨어나는 것보다 10여 분 음악이 흘러나오는 동안 여유를 갖고 깨는 게 인간적이라는 거지."

그렇게 깊은 뜻이! 나는 감동했다. 단지 서양 고전음악에 대한 교양을 넓히고 정서를 '순화'시키려는 게 아니었다. '첫 수요일 아침' 곡인 <마탄의 사수> 서곡을 듣는다. 9분 52초. 수런거리며 어둠 헤쳐지는 기척. 좋다. '아침음악 점심음악 저녁음악이 따로 있을 리 없다'(김정환)만.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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