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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주부강도 "빚 때문에"

입력
2006.10.3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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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원의 빚에 시달리던 젊은 주부가 은행을 털려다 직원에게 붙잡혔다.

조모(30)씨는 두 딸(1세ㆍ4세)을 둔 평범한 주부였다. 미군부대 납품업체에 다니는 남편 최모(35)씨와 함께 시어머니를 모시고 서울 구로구 개봉동의 31평 빌라에서 단란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2002년 친정아버지가 간경화로 입원하면서 이 가정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조씨는 남편 몰래 신용카드를 만들어 1,500만원의 병원비를 대줬다. 벌이가 시원치 않은 데다 집을 사면서 대출받은 돈도 5,500만원에 달해 이 카드빚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조씨는 이웃에게 빌려준 수천만 원을 떼였다. 이후 조씨는 여기서 빌려 저기서 막는 돌려막기를 계속했고, 결국 부채는 2억원으로 늘었다. 조씨는 사채도 4,000만원이나 썼다.

원금과 이자 4,000만원을 갚아야 하는 11월1일이 다가오면서 조씨의 속앓이는 깊어졌다. 하지만 조씨는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었다.

궁지에 모린 조씨는 위험한 선택을 했다. 그는 31일 오전 10시22분께 평소 거래하던 서울 구로구 고척동 새마을금고 분소에 들어갔다. 청원경찰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검은 복면을 뒤집어 쓴 조씨의 오른손에는 집에서 들고 나온 부엌칼이 들려 있었다.

출입문을 연 조씨는 곧장 5, 6m 앞 창구로 달려가 손님 노모(60ㆍ여)씨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가진 돈 다 내놔”라고 직원들에게 소리쳤다. 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목석처럼 굳어져 있었다. 다행히 은행 안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

그러나 어설픈 초보 주부강도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창구 뒤에 앉아 있던 박모(38) 과장이 비상벨을 눌렀다. 박 과장은 주저 없이 차고 있던 가스총을 겨눈 뒤 1m 높이의 창구를 뛰어넘었다. 박 과장은 “범인이 왜소한 체격의 여성인 데다 외치는 소리가 가늘게 떨려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놀란 조씨는 엉겁결에 흉기를 버린 채 출입문 쪽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당겨서 여는 문을 밀고 나가려다 시간을 끄는 바람에 은행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박 과장에게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이날 조씨에 대해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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