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정보기술(IT)주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애정공세가 만만찮다. 외국인들이 IT주를 무차별적으로 내다파는 동안 개인들이 쏟아지는 매물폭탄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IT주의 주가향방에 대해 증권 분석가들의 전망도 엇갈려 전투의 승자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개인들은 이 달 17일 이후 31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전기전자 업종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는 1조원이 넘는다. 반면 외국인은 1조2,000억원 어치를 순매도해 개인 매수물량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물론 외국인은 최근 16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보인 탓에 이 달 들어 총 매도 규모는 더 크다. 개인이 외국인으로부터 물량을 넘겨받는 사이 기관투자가들은 매수와 매도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이제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어서 관심은 개인의 IT주 매집에 쏠린다. 일단 개인들은 IT주가 단기간 급락하면서 가격 메리트가 높아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0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개인 매수세가 더 강해진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개인 매수세는 IT주 중에서도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두 종목에 집중돼 있다. 30일까지 10거래일 동안 개인들은 하이닉스를 4,900억원 어치 순매수했고 삼성전자는 3,4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아직 승부가 결정 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과거의 예처럼 외국인이 유리한 상황이다. 이 달 들어 삼성전자는 66만4,000원에서 31일 61만1,000원으로 약 8% 내렸고 하이닉스도 8.3% 하락했다. 외국인이 팔면 내리고, 개인이 사면 내린다는 시장의 속설이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31일 증시에서 대형 IT주들이 일제히 반등하면서 희망을 갖게 한다. 이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0.33%, 2.70% 올랐고, LG필립스LCD는 오랜만에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4.35%나 급등했다. 외국인들이 IT주에 대한 상황 판단을 다시 하고 매수로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도 나온다.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의미를 축소하는 견해도 있지만 IT를 중심으로 한 연말 랠리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개미들을 설레게 한다. 교보증권 김승익 리서치본부장은 “IT에 대한 부정적인 재료는 주가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데다 이익 전망이 긍정적인 만큼 비관할 필요가 없다”며 “IT를 중심으로 연말 산타랠리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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