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군청 기획감사실에 근무하는 이호천(51ㆍ토목 6급)씨는 ‘이(李)디슨’으로 불린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잇따라 특허를 따낸 그에게 동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물 관리, 지하수 개발과 관련한 특허를 9개나 갖고 있는 발명가다.
고교 재학중이던 1974년 공무원이 된 그가 발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9년 환경과 물관리계에 배치된 이후. 지하수 관정 준공 업무를 보던 그는 지하수 공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관정 내부를 속속들이 살필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관정 내부를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휴대용 공내 촬영기’를 개발, 특허를 냈다.
초소형 카메라에 조명장치가 달려 지하 125m 공 안의 상황을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는 이 장비는 차량에 탑재된 기존 장비에 비해 다루기 쉽고 가격도 훨씬 저렴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장비업자들이 “공무원이 하라는 관리 감독은 안하고 엉뚱한 짓만 한다”고 욕을 하고 다녔을 정도다.
이 발명품은 보은군을 권리자로 특허 등록된 뒤 지역 제조업체 T사에 의해 전국 80여개 지자체와 관련 업계에 보급됐다. 보은군은 판매 수익금의 5%를 세외수입으로 챙겼다.
자신감이 붙은 이씨는 산골 주민 식수원인 간이상수도 수질 보호를 위해 물의 낙차를 이용해 자동으로 소독하는 ‘물레방아식 소독약 투입기’를 선보였다. 이어 3년 뒤에는 여기에 바가지 모양의 계량장치를 달아 일정하게 소독약품을 넣어주는 진화한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 두 가지도 특허 등록돼 모 업체가 주문 생산하고 있다. 역시 판매액의 5%는 특허권자인 군에 자동 납부된다.
보은군은 특허 관련 세외수입이 늘자 지난 8월 기획감사실에 ‘특허개발연구단’을 신설해 이씨를 단장에 앉혔다.
이에 부응하듯 이씨는 9월과 10월 수압을 이용해 하천 수중보의 높낮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장치와 장마 때 저수지의 수문을 자동으로 열고 닫는 장치를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이씨는 “업무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을 하나 둘 개선하는 과정에서 발명품이 나왔다”며 “내년부터는 그동안 고안해 낸 특허품을 상품화하는 데 주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은=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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