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 받았던 주민 A씨는 지난 6월 분통이 터졌다. 시행을 맡은 S건설이 분양당시 보여줬던 안내 카탈로그와는 달리 임의로 서울시로부터 건축허가사항 변경을 받아, 건물 외벽의 마감재료를 알루미늄이 아닌 페인트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A씨는 100여명의 다른 피분양자들과 함께 서울시로 몰려와 집단 항의를 했고, 지난 8월 알루미늄으로 다시 변경해야 한다는 시 건축과의 중재를 얻어냈다.
이처럼 시행을 맡은 건축주가 피분양자들의 동의 없이 건축설계를 변경, 피해가 속출함에 따라 서울시가 대책을 마련했다. 30일 서울시가 발표한 ‘주상복합아파트 건축허가사항 변경 개선안’에 따르면 건축주가 주상복합아파트의 입주자 모집공고 후 건축허가사항을 변경하려면 피분양자의 동의를 80% 이상 받아야 한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달 25일 주상복합 민원해소를 위해 건설교통부에 건축법 12조 5항을 신설해 달라고 건의했다. 현행 주택법에는 건축허가를 받아 시공되는 일반 아파트의 경우 건축허가사항을 변경할 경우 피분양자들의 5분의 4이상 동의를 받도록 돼 있지만, 주상복합아파트는 이러한 규정이 없다.
시는 개선안 발표일인 31일부터 이번 조치를 전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건교부의 건축법 개정 이전이지만 시가 건축허가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행정지도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는 21층 규모 이상의 31개 대형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그 이하 건축물에 대해서는 시내 25개 구청에 공문을 보내 시의 방침을 시행토록 권장한 상태다.
시의 이번 조치에 따라 주상복합아파트의 공급가격 인상, 공용면적ㆍ전용면적ㆍ대지지분 감소, 층수증감, 마감재 변동 등이 피분양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건축허가사항 변경 대상에 포함됐다. 분양면적을 변경하지 않는 내부구조 위치변경 등 시의 직접적 관리대상이 아닌 ‘경미한 변경’이라도 품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감리자가 판단한 경우 허가되지 않는다.
또한 건축주는 이날부터 분양승인 당시 카탈로그와 마감재 목록 등을 미리 제출해 건축물 완공 후 받게 되는 사용승인 당시 시로부터 내용이 일치하는지 등을 철저히 확인 받아야 한다.
시는 이와 함께 내년부터 주상복합아파트도 일반 아파트처럼 사용승인 신청 전에 피분양자가 완공된 건축물을 방문, 분양계약서와 일치하는지를 직접 점검할 수 있는 ‘사전점검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일반 아파트의 경우 건교부의 ‘입주자사전점검운영요령’에 따라 건축물의 부실여부 등을 점검할 수 있지만 주상복합아파트는 관련 규정이 없어 입주시 적지 않은 민원이 발생했다”며 “서울시의 재량권 범위 내에서 시민들의 분양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