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사실상 해체 상태인 것 같다. 그 동안 끊임 없이 내놓던 정계개편론이 신당 창당 쪽으로 갈래를 잡아가는 양상에서 공당으로서의 일체감이나 정체성은 불구에 빠졌다.
여당의 정계 개편론이 명분이나 도의상 용납되기 어렵다는 점만도 무수한 비판을 일으키지만, 실제 이를 추진할 능력 역시 지극히 의문시된다. 원칙을 저버리고 능력도 갖추지 못한 채 외진 구호만 계속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의 습성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제 천정배 의원이 민생개혁을 내세우며 신당을 주장한 것이 이 모든 점을 망라해 말해 준다. 짐짓 그는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음을 인정한다"면서 신당 창당을 제기했다.
그러나 천 의원이 누구인가. 불과 3 년 전 민주당에 온갖 모욕과 손가락질을 가하며 당을 뛰어 나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데 앞장 섰던 주역이다. 이제 와서 다시 당을 깨자는 대열의 선봉을 자처하는 그는 정동영 전 의장, 신기남 의원 등과 함께 소위 '천ㆍ신ㆍ정'이라는 창당 실세로 불리고, 또 행세하던 사람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외면 당하고 열린우리당이 잇단 선거에서 무참한 민의의 심판을 받는 나머지 살아 남기에 급급한 심정이야 모를 바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여당에서 천 의원 정도의 이력과 책임, 지분을 갖고 있다는 사람까지 그리 나서서는 안 된다. 변화무쌍한 정치판이지만 최소한의 신의와 도의까지 말 한 마디로 팽개치는 풍조를 봐야 하는 것은 참으로 허무한 일이다.
천 의원을 포함해 여당의 정계개편론자들은 왜 개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 국민의 버림을 받았음을 인정한다면서도, 그렇다면 국민이 원하는 바 대로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대목, 즉 정책과 정강에 속하는 핵심은 얼버무린다.
그래서 화장품을 바꿔 분칠만 덧씌우는 것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기만책이라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오로지 내년 대선을 노린 술수임을 세상이 다 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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