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노동자 대통령’ 룰라가 재선에 성공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61) 브라질 대통령은 29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61%를 득표해 39% 지지표를 얻은 제랄도 알키민(54) 사회민주당 후보에 압승했다. 4년 전 브라질 사상 최초로 좌파 집권을 이룬 룰라 대통령은 여전히 견고한 서민층의 지지를 재확인하며 재선에 성공해 못다 이룬 ‘실용주의적 좌파’ 개혁을 완수할 기회를 잡았다.
구두닦이 소년에서 철도 노동자, 노조 지도자를 거쳐 마침내 대통령이 되기까지 숱한 역경을 이겨낸 룰라지만 재선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룰라 대통령은 소속 노동자당(PT)의 잇단 부패 스캔들의 여파로 1일 실시된 1차 투표에서는 48.6%의 득표율에 그쳐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하지만 룰라 대통령에겐 언제나 그의 곁을 지켜준 노동자와 서민층이 있었다. 대통령 취임 이후 4년 동안 중점적으로 전개해온 ‘기아 제로’같은 구호 프로그램, 최저임금 인상 등 사회분배 정책의 혜택을 받은 노동자와 서민들은 집권 PT의 스캔들로부터 룰라 대통령을 지켜주는 방어막이 됐다. 룰라 대통령은 재선 확정 뒤 붉은 티셔츠를 입고 상파울루 도심으로 몰려든 지지자들에게 “모든 브라질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하며 “빈곤층이 최우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치학자 알베르토 카를로스 알메이다는 뉴욕타임스에 “룰라 대통령은 사회보장개혁과 경제안정이 시너지를 일으켜 진짜로 서민을 위한다는 이미지를 얻었고, 여기에 안정의 이미지까지 보탰다”고 재선 성공 배경을 설명했다.
룰라 대통령은 앞서의 4년보다 훨씬 고단한 2기 집권을 예고하고 있다. 중남미에 등장한 ‘실용주의적 좌파’ 노선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룰라 대통령의 1기 개혁은 미완성이다. 브라질을 개발도상국의 선두주자인 브릭스(BRICs)에 올려놓은 경제적 성과는 최근 저성장세로 빛이 바래고 있다. 올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은 3.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민간 부문에서는 중국(10%), 인도(8.3%), 러시아(6.5%) 등에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회의가 커지고 있다.
1기 정부의 최대 과제였던 사회 양극화 문제 해결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수백만에 달하는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소득수준 상위 10%가 전체 국민소득의 절반을 차지하는 계층 구조는 변하지 않아 빈곤층은 물론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중산층까지 룰라 대통령 정부의 분배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룰라 대통령 2기의 핵심 과제로 사회 통합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룰라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의 대변인’의 입지를 살려 브라질 주도의 중남미 통합과 개발도상국 연대 강화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노골적으로 반미 노선을 걷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보다는 ‘중도 좌파’ 노선의 룰라 대통령이 중남미의 주도권을 잡는 상황을 더 반길 만하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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