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미시령, 속초, 강릉 등 영동 지역에는 최고 350mm이상의 폭우가 내리고 강풍이 동반돼 가옥 침수, 도로 유실, 전력공급 중단 등 큰 피해가 났다.
지난 여름의 홍수 피해가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이때 또다시 유사한 자연재난이 발생한 것은 우리나라의 방재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저하시키는 일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현재의 방재개념 아래에서는 이와 유사한 자연재난은 당분간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또 그렇다고 해서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 국가의지 부족으로 재난되풀이
지진, 태풍, 폭우, 폭풍과 같은 자연재해는 인간의 염원과는 무관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우리가 원하는 수준 이하로 낮출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연구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 재난은 왜 되풀이되고 있는가. 필자는 그 근본 원인이 국가적인 의지의 결여와 잘못된 방법에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자연재해에 대한 대책 수립의 첫 번째 단계는 자연재해의 위험도를 과학적으로 공학적으로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현재의 대비상태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와 규모와 범위를 사전에 과학적, 공학적 방법을 사용해서 추정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추정된 피해의 정도를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비교하여 대응조치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국가가 이론적, 실험적, 실증적 연구를 통해서 그에 가장 적합한 대책을 개발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마지막 단계일 것이다.
가장 중요하나 지금까지 명문화하기를 기피하여 왔던 것이 바로 세 번째 단계의 자연재해에 대한 국가의 성능 목표이다. 이것은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
즉, 자연재해 발생시 재산피해액, 사상자 수, 이재민 수, 경제활동의 회복 기간, 그리고 주거, 교통, 통신, 에너지 공급 및 상하수도 시설의 복구 시간 등에 대해서 상한을 정하고 단계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게끔 법에 명문화 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목표지향적 대책으로 일대 전환을 이룩한다면 국가적 목표가 법으로 설정되는 그 순간부터 정부는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게 될 것이고 가까운 장래에 그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 피해규모, 복구시한 등 명문화
많은 사람들이 '지피지기(知彼知己)이면 백전불태(百戰不殆)이나 불지피불지기(不知彼不知己)하면 매전필패(每戰必敗)'라는 손자의 명언을 인용한다. 누구나 이것을 알고 있는듯하나 그러나 실행에 옮기는 의지와 지혜를 가진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김재관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 공학부 교수 ㆍKOCED 사업 추진 연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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