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시절 보여줬던 독선을 목격한 것 같아 씁쓸합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독불장군식 정책운영이 정부와 보험업계의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제의 발단은 민간의료보험의 보장 범위에서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을 제외하도록 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의 최근 결정이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30일 정부의 결정은 사실 유 장관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내용을 허위로 보고하면서 빚어진 결과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유 장관이 마치 민간보험시장을 활성화하면 당연히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 것처럼 사실을 오도, 결국 서민층의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생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민간 전문가들과 논의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입맛대로 자료를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게 장관의 도리냐" 며 "민간의료보험건을 논의한 장관 모임에서 본인부담금 제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유 장관이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불만이 터지자 유 장관과 복지부는 "여러 번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눴지만 보험업계가 대화의 장에 불참한 것이고 이들의 주장은 우리가 알 바 아니다"며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장관이 관련 부처의 의견을 묵살하고 심지어 '청와대의 눈'까지 가리며 추진하는 정책이 과연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면 대통령까지 속여도 된다는 것인가.
지금 유 장관은 설익은 국민연금개혁안을 띄우기 위해 언론사에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사 구걸'을 하고 있다. 여기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음을 간파하기 어렵지 않다. 독선은 오만을 부른다. 오만한 정치가는 결국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게 된다는 사실을 유 장관이 하루라도 빨리 깨닫기 바란다.
양홍주 사회부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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