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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미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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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미술을 위해

입력
2006.10.3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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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부근의 한 빌딩. 화단 구석에 청동 조각상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주변에는 담배꽁초가 담긴 종이컵이 나뒹굴고. 다른 빌딩도 사정은 비슷하다. 주변 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술품들에 시민들의 시선이 머물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도심 빌딩가의 한 공간을 차지하는 미술품을 보고 빌딩 주인들이 미술품 애호가일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문화예술진흥법은 연면적 1만㎡ 이상 건물 신축시 총 공사비의 1%를 작품 설치에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축물 미술장식 제도'다. 공공미술 투자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 여유로운 도시환경을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20년 넘게 운영되면서 이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빌딩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4,000점이나 되는 이 조각품들은 이 제도 덕분에 빛을 본 것들이다.

빌딩주들의 울며 겨자 먹기식 작품 설치, '수입'만 좇는 비양심적 작가들의 작품 제작,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베이트 비리 등 때문에 법의 힘으로 높아졌어야 할 공공미술의 수준이 오히려 하락한 것은 아이러니다.

지난달 서울시의 제20차 건축물 미술장식품 설치계획 심의에서 심의대상 18개 작품 중 심의를 통과한 작품은 단 6개. 나머지 작품들에게는 '건물과의 부조화' '조형성 미흡' '창의성 부족' 등의 이유로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것이 법과 제도가 만들어낸 우리 공공미술의 현주소다.

이런 가운데 좀 더 개방된 장소에서 대중과 호흡하고 소통하며 미술의 공공성을 높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젊은 작가들은 담벼락과 계단과 골목길과 빈집에 그림을 그리거나 설치작업을 해 일상의 공간인 동네를 미술관으로 변모시켰다.(접는 미술관팀의'명륜동을 찾다') 버려진 CD와 쓰다만 수저, 색바랜 커튼에 색을 입혀 몰락한 재래시장 지하 '먹자골목'을 되살리거나(프로젝트쏠 등의 '마산 부림시장 프로젝트'), 서민의 애환이 서린 버스 실내공간에 미술품을 전시해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공공미술 프리즘팀의 '부르릉! 프로젝트') 역시 공공미술의 힘이다. 최근에는 공공미술추진위원회가 전국 11개 지역의 재개발촌, 달동네, 복지관 등지에서 공공미술 사업'아트인시티 2006'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국회에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건축주가 건축비의 0.7%를 공공미술 기금으로 내놓으면 건물에 미술품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주내용이다. 하지만 공공미술 기금 사업을 기획하고 기금을 집행할 공공미술위원회의 권한 범위 등을 놓고 미술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법안 처리는 2년째 표류하고 있다.

요즘처럼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된 적도 없다. 일상의 각박함을 미술의 바람으로 날려버리고 위안을 받으려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그런 흐름과 분위기를 읽고 끌어가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들 몫이다.

미술계는 일부 유한계층에서 벗어나 대중의 일상 속에 튼실한 뿌리를 내려야 한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이야말로 미술계가 대중과 진솔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시기다. 미술계가 공공미술 붐 조성을 위해 이해관계를 떠나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황상진 문화부장 직대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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