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30일 아침 최저기온이 올 가을 들어 최저인 7.9도까지 떨어졌다. 지난주 아침을 떠올리며 옷을 차려 입고 출근한 시민들은 어깨를 움츠려야 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기온이 29일에 비해 갑자기 5도 가량 떨어진 것은 맞지만 평년보다는 오히려 1도 이상 높았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평년치를 웃도는 기온인데도 사람들이 춥다고 느낀 것은 그동안 얼마나 기온이 높았는지를 말해 준다”고 얘기했다.
이처럼 최근 기온 분포가 평년보다 계속 높게 나오자 “엘니뇨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상청도 지난달 장기예보를 통해 “5월 이후 적도 부근 중태평양 수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1.5도 높게 나타나 세계 곳곳의 기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최근 따뜻한 가을 날씨와 엘니뇨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안정된 고기압 세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한반도 주위에 머물러 북쪽 대륙의 찬 공기가 내려 오지 못한 게 더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최근 엘니뇨가 우리나라의 기상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장기간의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겨울철에 이상고온 등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엘니뇨의 영향은 겨울의 문턱인 11월 중ㆍ하순을 지나면서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11월이 지나 육지 온도가 떨어지면 바닷물 온도의 영향을 더 민감하게 받기 때문이다. 보통 입동(立冬)을 전후해 ‘기후학적 겨울’의 기준인 ‘하루 평균기온 10도 미만’ 현상이 나타나게 되지만 올해는 온난화의 여파로 본격적인 겨울의 시기가 며칠 더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 엘니뇨의 본격적인 영향도 더 미뤄질 수도 있다.
기상청은 “이번 주는 대체로 맑겠지만 주말부터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서울은 입동 전날인 다음달 6일 3도까지 아침 기온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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