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만화 <과장 시마 고오사쿠> 의 주인공. 과장>
작품 세계 안에서 그는 야마구치현 출생에 와세다대학 출신으로 하츠시바전산주식회사 영업본부에 소속된 샐러리맨이다. 처음에는 홍보 업무를 맡다가 그 뒤 미국, 필리핀, 타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유럽, 상하이 등 세계 각지에 파견돼 활약하면서, 부장, 이사 등으로 승진한다.
여자에게 인기가 아주 좋아서 작품에는 계속해서 연애 이야기와 베드신이 등장한다. 시마 과장은 여자들 때문에 가끔 난처한 상황에 빠지기도 하지만, 반면에 업무로 인한 곤경과 위기에서 그를 구해주는 것도 바로 주변의 여자들이다. 작가 히로카네 겐지(1947년생)는 시마 과장과 생년월일이 같으며(9월 9일), 야마구치현 출신에 와세다 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뒤 잠시 마츠시다전기주식회사에 취업하기도 했다.
히로카네는 메이지대학을 졸업한 가와구치 가이지(1948년생)와 더불어 단카이 세대를 대표하는 만화가로 알려져 있다. 히로카네의 다른 작품인 <정치 9단> (원작 제목은 <가지 류우스케의 議> )은 엘리트 비즈니스맨이 아버지가 급사하자 지역구를 이어받아 국회의원이 된다는 이야기인데 종래의 보수 정치가들과는 다른 새로운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지> 정치>
가와구치 가이지는 자전 에세이집 <회상-침묵의 단카이 세대에게> 를 간행한 적이 있는데, 그의 대표작 <침묵의 함대> 는 일본의 최강 핵 잠수함이 독립국가를 선언한다는 놀라운 이야기가 내용이며, <메듀사> 는 서로 사랑했던 오누이(남자는 양자)가 일본 안보투쟁 시기의 학생운동 과정에서 헤어진 뒤 정치가와 혁명가가 되어 재회한다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라고 한다. 메듀사> 침묵의> 회상-침묵의>
단카이(團塊) 세대란 보통 1947년에서 1949년까지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부머들을 가리키는데 대략 680만명으로 일본 인구의 5% 정도를 차지한다.
단카이란 ‘뭉쳐 굳어져 있는 덩어리’를 뜻하는 말이고, 단카이 세대란 1974년에 발표된 같은 이름의 소설 제목에서 비롯됐다. 단카이 세대는 어려서는 잡지 만화에 사로잡혔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격렬한 학생운동을 경험했으며(특히 전공투가 벌인 1969년의 안보투쟁), 졸업 후 취직해서 1970년대 일본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장년이 되어서는 소위 ‘잃어버린 10년’의 포스트버블 시기를 맞아 고생을 하기도 했다.
이 중에서 1947년생들은 내년부터 60세 정년을 맞게 된다. 정년 이후의 단카이 세대로 인해 퇴직금 및 연금 문제가 큰 사회적 부담이 될 거라는 말들이 있는가 하면, 이들의 경제력에 바탕을 둔 노후생활에서의 소비 진작으로 일본 경제가 더 좋아질 거라는 기대도 있다. 단카이 세대의 1인당 금융자산은 1억5,000만원 가까이 되며, 퇴직금 총액은 420조원 가량이다. 단카이 세대의 자식들을 단카이 주니어(1971년생~1974년생)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일본 ‘오타쿠’ 2세대에 해당한다.
이재현(이하 현) 한국 베이비 부머(1955년생~1963년생)의 한 사람으로서 시마 과장님을 뵙게 되어 기쁩니다.
시마 과장(이하 시마) 미국 최초의 베이비 부머 출신 대통령인 빌 클린턴(1946년생)도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을텐데요.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시 현 대통령은 동갑내기고, 미국의 베이비 부머는 대개 1940년대 중반에서 196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마는, 이재현상은 몇 살인가요?
현 저는 그 유명한 58년 개띠입니다. 저희 때부터 세대의 일부가 고등학교를 무시험으로 진학했습니다. 저희 세대는 마흔 안팎이 넘어서야 겨우 자기가 투표로 찍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었지요. 대개 지금은 자식들이 대학생이거나 아니면 이제 곧 대입 수험생이 됩니다.
시마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매우 높고 사교육비도 세계 최고라고 들었습니다. 여러 모로 걱정이 많겠군요.
현 한국 사회는 복지가 ‘개판’이라서 각 개인들의 부담이 큽니다. 또 사회나 국가가 처리해줘야 할 비용을 가족이 지불하고 있습니다. 2005년 기준으로 1인당 실질 GDP 순위는 세계 34위지만 사회 복지로는 그보다 훨씬 더 아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분단이라든가 대학 입시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나 심리적 불만을 감안하면 과연 두자리 순위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회의적입니다.
시마 한국 사회도 이제는 고령화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고령화는 우리 일본이 예전부터 겪고 있던 문제라 그다지 낯설지는 않습니다. 아이들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일본에서는 보통 소자화(少子化)라고 부르는데 이 현상은 아주 심각합니다.
현 일본의 합계 출산율은 현재 얼마지요?
시마 여성 1명이 가임기간에 낳는 평균 출생아 숫자 말이지요? 2004년의 경우 1.2888이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의 합계 출산율은 UN 표준이 2.1입니다마는 일본의 경우는 2.08입니다. 일본은 1974년부터 출생률이 2.08 이하로 되었고 1997년부터 소자화 사회가 되었습니다. 일본 총인구는 2005년부터 전후 최초로 자연감소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어떠한가요?
현 2005년의 경우 합계출산율은 1.08명이었습니다. 통계라는 게 대개 함정이 있는 법이라 조심해서 해석해야 하는 법이지만, 아무튼 매우 위험한 수준인 것은 확실합니다.
시마 함정이란 말의 뜻은 합계 출산율보다는 24세에서 35세에 이르는 여성들의 출산율이 실질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얘기지요? 합계 출산율에서의 가임여성은 15세~49세를 말하는 거니까요. 실제로는 임신을 전혀 하지 않는 한국의 베이비 부머 세대 가임여성이 합계 출산율을 낮추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씀인 거군요. 그럼 저출산 및 고령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책은 무엇입니까?
현 없습니다. 가난한 젊은 부부의 출산을 높이려면 안정된 일자리와 싼 공공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게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거잖아요? 노무현 정부는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한ㆍ미FTA를 체결하려 하고 있는 거만 봐도 잘 알 수 있지요. 게다가 여당의 정책통을 자처한다는 이가 북한 핵으로 인한 위기 상황을 악용해서 한ㆍ미FTA 체결로 한미동맹을 강화하자는 따위의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아무렇게나 꺼내고 있지요.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있어서 현 정부의 성적표는 빵점입니다.
시마 야당은 어떻습니까?
현 한나라당이야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더라도 집권만 하면 된다는 식이니까요. 장기적인 정책은 물론이고 중단기적인 정책 수립에 있어서 아무런 ‘개념’ 없는 정당입니다.
시마 이재현상의 대안은 무엇입니까?
현 간단한 거예요. 굳이 통일이 빨리 오지 않더라도 한반도가 근본적으로 안정이 되면 한국어가 통하는 양질의 노동력을 북한에서 쉽게 얻을 수가 있어요. 또,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하면 되는 거지요.
시마 추상적인 수준의 인구 문제 말고 계층 간의 문제도 있을 텐데요. 최근 몇 년간 일본 사회에서는 ‘격차 사회’에 관해 논쟁이 계속되어 오고 있었습니다. 소득 분배구조, 실업, 교육, 주거 문제, 지역 문제 등 많은 부문에서의 사회적 불평등과 격차를 말하는 겁니다. 한국은 어떠한가요?
현 저희는 양극화 사회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부동산의 경우, 높은 분양가로 집값을 터무니없이 올리는 것은 전과 마찬가지인데 예전에 사기업이 먹었던 엄청난 개발 이익을 이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져가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영어 구사 능력 등을 감안하면 이 한국에서의 불평등 구조는 날로 심화, 확산돼 가고 있습니다. 사교육비는 날로 늘어가지만, 학력 등을 통한 부의 세습화는 더 고정돼 가는 거지요. 서민들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시마 중국도 출산율의 저하와 노령화 사회의 가속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부선로(末富先老)라고 해서 “부자가 되기도 전에 늙어버리다니”라며 한숨짓고 있다고 합니다. 한ㆍ중ㆍ일이 같은 사회적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거로군요.
현 그렇기 때문에 한ㆍ미FTA보다는 한ㆍ중ㆍ일FTA가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겠지요. 그리고 일본도 빨리 ‘보통국가’가 되고 말이예요.
시마 아! 이재현상은 우리 일본의 개헌과 군사 재무장을 찬성하는 쪽입니까?
현 제 말은 한ㆍ중ㆍ일 세 나라 사이의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대와 협력과 평화를 훼손하는 망언이나 망발을 앞으로는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시마 아, 예. 이웃나라 국민들의 역사적인 자존심과 정치적인 감정을 해치지 않아야 진정한 의미의 보통국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언제 일본에 놀러오면 중국 고량주라도 한 잔 합시다.
현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문화비평가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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