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으로 환생한 신데렐라.’
신데렐라의 주인공은 '필드의 진주‘ 홍진주(23ㆍ이동수패션)였다. 홍진주는 29일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골프장(파72ㆍ6,381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코오롱ㆍ하나은행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로 대전유성고 2년 선배인 장정(26ㆍ기업은행)을 3타차로 따돌리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시상식장에서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선덕여왕의 의상에 왕관을 쓴 홍진주는 마치 여왕처럼 우아하고 빛났다. 지난달 SK엔크린솔룩스인비테이셔널에서 데뷔 3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거두며 스타덤에 올랐던 홍진주가 한 달여 만에 다시 ‘꿈의 무대’인 LPGA투어 티켓을 따내며 우승상금 20만2,500달러를 거머쥐는 대박을 터트렸다.
이로써 홍진주는 이 대회에서 안시현(2003년), 이지영(2005)에 이어 한국인 역대 세 번째 LPGA투어 비회원 챔피언에 등극한 신데렐라로 탄생했다. 또 홍진주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2002년 원년대회부터 5년 연속 ‘안방 우승’ 신화를 이어갔고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투어 11승을 합작했다.
홍진주는 지난해 연말 KLPGA 시상식에서 베스트드레서상을 받으며 주목을 끌었다. 174㎝의 늘씬한 키에 연예인 못지 않은 외모 등이 돋보였다. 그러나 ‘예쁘기만 하고 실력은 별 볼일 없는 선수’라는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에 5년 전인 2001년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데다 어머니가 일본에서 요식업을 하며 외동딸을 어렵게 뒷바라지 해주는 등 남모를 고충에 혼자 눈물을 흘린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홍진주는 “너무 기쁘다. 내년부터 일본무대 진출을 목표로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미 LPGA투어 시드권을 따내 얼떨떨하다”고 밝혔다.
4타차 선두로 최종일 경기에 나선 홍진주는 이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하고도 3타차의 여유 있는 우승을 거뒀다. 장정은 4언더파 68타를 치며 최종합계 8언더파로 추격전을 폈지만 홍진주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세리는 이날 데일리베스트인 5언더파 67타의 맹타를 휘둘렀으나 최종합계 6언더파 210타로 단독 3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슈퍼루키’ 신지애(18ㆍ하이마트)는 최종합계 5언더파 211타로 카렌 이쳐(미국)와 공동 5위, 아마추어 국가대표 허미정(17ㆍ대전체고)은 4언더파로 디펜딩챔피언 이지영(21ㆍ하이마트), 폴라 크리머(미국) 등과 공동 6위에 자리했다.
경주=정동철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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