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이 26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사의를 표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교체라는 인사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이뤄진 것이란 해석이 주류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로 외교안보 부처의 인사 요인이 발생한 상황에서 25일 이후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사의 표명 사실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전면교체 쪽으로 분위기가 잡혔다는 것이다.
국정원도 김 원장의 사의 배경에 대해 “대통령이 외교안보 진영을 새롭게 구축하는 데 부담을 드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공식 설명을 내놓았다. 여권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초기 국정원의 미숙한 대응 등을 거론하며 “김 원장의 사의 표명은 새삼스럽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김 원장의 사의 표명이 의외라는 시각도 정치권 안팎에는 없지 않다. 이종석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뒤 추가 인사 가능성을 두고 ‘김 원장은 유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당의 한 의원은 “외교안보라인에 한두 명은 유임돼야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된다는 면에서 김 원장이 유임될 수 있다는 시각도 꽤 있었던 상황이므로 사의 표명은 의외”라고 말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원장의 사의 표명을 국정원의 최근 대공사건 수사 발표와 연관짓는 시각이 있어 주목된다. 이번 대공 사건은 운동권 출신 386들이 연결된 대형 간첩단 사건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일부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사무부총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민주노동당측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이번 사건 수사를 챙기며 독려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 원장의 사의는 공교롭기까지 하다. 때문에 “국정원의 대공사건 발표에 대한 여권 내부의 역공으로 김 원장이 밀려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야당도 이 같은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다. 한나라당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정치권 일각에서 김 원장에게 불쾌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김 원장의 사의가 안보 책임이 아니라 간첩단 사건을 발표한 책임이 아닐까라는 우려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김 원장의 사의 표명과 대공사건을 연루시키려는 시각은 일종의 음모론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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