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양경찰서 앞. 이날 개통된 고양∼수색 중앙버스전용차로의 분홍색 아스팔트가 눈에 확 들어온다. 옆 일반차로에는 자가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는 반면 버스는 8차로 중앙에 설치된 전용차로를 막힘 없이 달리고 있다. 버스 승객들은 꽉 막힌 일반차로를 내려다 보며 지긋이 눈을 감고 속도감을 즐겼다.
승강장도 말끔히 단장됐다. 첨단 LED, LCD 전광판이 노선별 버스 도착시간을 알렸고, 색깔별로 구분된 광역, 간선, 지선버스 노선도도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버스전용차로 개통으로 고양에서 수색까지 소요시간이 50분에서 절반인 25분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일반차선은 좌회전 허용 교차로마다 신호를 받기 위해 20,30대씩 길게 늘어선 차량때문에 교통정체현상이 빚어졌다.
운전기사 김모(51)씨는 “수색을 지나면서 버스전용차로를 탔는데 순식간에 일산까지 온 것 같다”며 “정류장 시설도 잘 돼 있는 등 운행여건이 서울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행 첫날이라 그런지 군데군데 문제점도 보였다. 실시간 운행 정보를 제공한다던 전광판은 일부 버스에 대해서는 도착시간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고 광역버스 노선 운행정보는 빠져 아쉬움을 샀다.
또 버스전용차로에 얌체 운전자들이 끼어 드는가 하면 버스전용차로용 좌회전구간에 트럭이나 승용차가 버젓이 서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일산∼서울 간선도로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 32개 좌회전 지점 중 6,7개 만 좌회전을 허용할 방침이었으나 자가용 이용자들의 반발을 우려, 무려 20개 지점에서 좌회전 신호를 줘 간선도로로서의 기능약화가 우려된다.
일산에 사는 김진성(42)씨는 “좌회전이 안 되는 교차로가 많아 심야시간에는 무단으로 좌회전을 시도하는 차량들이 늘어날 것 같다”면서 “정류장도 좁아 출ㆍ퇴근시간대에 승객들이 몰릴 경우 상당한 혼잡이 예상된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일부 자가용 운전자들도 “일산을 빠져나가는 데만 평소보다 50분 이상 더 걸렸다”며 “버스전용차로도 좋지만 할 수 없이 차를 갖고 나오는 사람도 생각해 달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시 관계자는 “일산은 이면도로가 잘 발달 돼 좌회전 차량은 이면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면서 “운영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분석한 뒤 개선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