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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러닝 있는데 학원 왜가요

입력
2006.10.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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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K중 2년 성모(14)군의 본격적인 공부는 방과 후에 시작된다. 학업을 돕는 ‘1등 도우미’는 학원도, 과외교사도 아니다. 바로 컴퓨터다. 집에 돌아오면 컴퓨터 앞에 앉은 뒤 서울시교육청 사이버가정학습 ‘꿀맛닷컴(www.kkulmat.com)’에 접속한다. 사이버 담임교사가 보낸 과제를 확인하고 보충학습도 한다.

인터넷이나 TV 등 정보통신매체를 활용한 학습을 의미하는 e러닝 열풍이 거세다.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수준별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공ㆍ사교육 시장을 후끈 달구고 있다.

●사이버 가정학습이 주도

e러닝은 전국 16개 시ㆍ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사이버 가정학습이 이끄는 추세다. 학원을 찾거나 과외를 받는 대신, 학교나 집의 컴퓨터 앞에 앉아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77만명 수준이던 사이버 가정학습 가입자는 8월 현재 160만명을 넘어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논술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1대 1 논술첨삭지도’ 등 무료 서비스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이버 가정학습은 사교육 혜택을 받기 힘든 농ㆍ어촌 학생들에게 큰 인기다. 충북 학산중 권은심 교사는 “학생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할 수 있어 수준별 ‘무(無)학년제 학급’ 운영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효과면에서도 일단 성공작이라는 평가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지난해 12월 사이버 가정학습 참여 초ㆍ중ㆍ고생 1만8,73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성적이 올랐다”는 등 긍정적으로 답했다.

●갈 길은 험난

e러닝이 확산되고 있지만 과제도 많다. 당장 시ㆍ도교육청의 사이버 가정학습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일부 유명 입시학원과 외국어학원이 콘텐츠 강화를 통해 사활을 건 e러닝 주도권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학원들은 이른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ㆍ온-오프라인 혼합 교육)’으로 불리는 교육 시스템을 도입, 양질의 강의실 수업을 집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공공 사이버 가정학습이 콘텐츠를 보완하지 않는 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사이버 가정학습 가입자가 크게 늘었지만 하루 평균 이용자는 전체 가입자의 4.7%에 지나지 않아 실제 꾸준하게 이용하는 학생은 아직 소수라는 분석도 있다.

인프라의 정비는 무엇보다 시급하다. 학교에 보급된 상당수 컴퓨터가 노후 기종이어서 동영상 강의나 쌍방향 학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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