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5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친 한미 FTA 4차 협상은 한미 양국이 고도의 심리전과 극심한 눈치작전을 펼치며 속내를 풀어 내놓지 않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12월 4일 미국 몬태나주에서 열리는 5차 협상과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6차 협상에서 본격적인 ‘주고받기’식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돌파구 못 찾는 핵심쟁점
한미 양국의 상호 취약 분야인 농산물과 섬유 분야에서는 관세 양허(개방)안을 둘러싸고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은 섬유분과에서 관세 양허안의 추가 수정을 거부했고,‘얀 포워드’제도의 적용을 고집하면서 협상은 조기 종료되고 말았다. 농산물 분야에서도 미측은 협상 마지막 날 한국측 관세 양허 수정안을 전달 받았으나 기대수준에 못 미친다며 재 수정안을 요구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양국이 관세 양허안과 세제개편 요구사항에 대한 상반된 입장차만 확인해야 했다. 한국측의 관심사인 무역구제와 원산지 분과 협상 등에서도 별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국측은 미국의 법률 개정이 불필요한 14개의 절차 개선을 요구했지만 미측은 난색을 표명했다.
공산품에선 이견을 좁히기도
미국은 협상 초반 공산품의 경우 10억 달러, 섬유는 13억달러, 농업은 1억3,000만달러 규모의 품목에 대한 관세철폐 이행시기를 앞당기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측 개방안 수준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한국측은 이에 협상을 중단하면서 반발했고, 미국은 추가로 1,000개의 공산품에 대한 관세 즉시철폐 수정안을 제출했다. 미국의 공산품 약 7,000개중 즉시철폐 품목의 비율은 품목수로 77%(약 5,500개), 교역액 기준으로 60%를 넘게 됐다. 한국의 공산품 관세 개방안은 8,400개중 즉시철폐 품목비율이 품목수로 80%(6.700개), 교역액으로 74.8% 수준이다. 양국간 균형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3차 때보다는 간격을 좁힌 셈이다. 김종훈 대표는“수출액 기준으로 자동차의 비중이 약 24%인 만큼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모두 즉시 철폐하면 즉시철폐 품목 비율이 83% 수준이 된다”며“5차 협상에서 이를 토대로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고받기’ 협상 본격화될 5차 협상
한미 양국은 12월 미국 서부 몬태나주에서 열릴 5차 협상 때부터 농산물과 섬유 등 핵심 쟁점분야에서 본격적인‘주고받기’식 협상을 위해 마지막 치열한 힘겨루기에 나설 전망이다. 연내타결이 물 건너 간 상황에서 핵심쟁점을 놓고 양국 이해관계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전체협상 조율과 두 세개 분과들을 연계해 협상하는 ‘패키지’ 딜 성사를 위한 숨고르기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순 하노이에서 열릴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의에 맞춰 한미 통상장관 회의가 예정돼있어 5차 협상을 위한 고위층간의 사전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귀포=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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