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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비트겐슈타인 선집 '위대한 철학의 문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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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비트겐슈타인 선집 '위대한 철학의 문 열리다'

입력
2006.10.2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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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1889-1951)은 비엔나에서 태어나 캠브리지에서 숨을 거둔 유대계 영국 철학자다. 그를 20세기가 낳은 가장 독창적인 철학자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현대철학의 특징인 이른바 ‘언어적 전환’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공학도였으나 차츰 물리학과 수학에 심취했고, 다시 ‘수학의 기초’라는 분야를 연구하다 영국으로 건너가 러셀(B. Russell)을 만나 본격적으로 철학적 탐구를 전개한다. 이 무렵 출간한 것이 분석철학의 성전으로 일컬어지는 <논리철학논고> 이다.

비트겐슈타인은 그 후 잠시 철학계를 떠나 남부 오스트리아의 외딴 산촌에서 초등학교 교원생활을 한다. 이 시기에 그는 새로운 언어관을 갖게 되고 캠브리지로 돌아와 전혀 다른 종류의 철학적 탐구에 몰입한다. 그 결과물이 후기의 사상을 집약한 <철학적 탐구> 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초기에 언어의 본질은 논리이고, 논리적으로 잘 다듬어진 언어는 존재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일종의 그림이라고 믿었다. 그러므로 철학의 임무는 이러한 그림을 찾아내는 언어비판의 성격을 띄게 된다. 그러나 그는 후기에 들어와서 그러한 작업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언어의 본질이라는 것은 없으며, 그것은 언어적 표현과 그 표현을 통한 행위와 그러한 행위들로 구성된 상황 등으로 엮어진 다양한 ‘게임’일 뿐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언어관에 따라 그의 철학관도 변모하게 됐다. 그는 여전히 철학은 언어비판을 통한 개념의 명료화라고 믿었으나 그것은 ‘논리 형식’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생태 형식’을 근원적으로 드러내는 광범위한 작업이 된 것이다. 이것이 곧 현대철학의 언어적 전환을 완성시킨 후기 사상의 핵심적 내용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분석을 통한 비판철학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과 존재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바라볼 것을 유도한다. 그것은 전통적인 서양철학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거점이 될뿐만 아니라 동양철학에서 강조하는 일상성과 자연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일종의 신비주의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를 현대의 철학자라기보다 앞으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미래의 철학자’로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이 시대의 큰 특징, 즉 문명적 차원에서의 정보화와 문화적 차원에서의 다원화에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저작 대부분이 선집으로 전문가인 이영철 부산대 교수에 의해 번역됐다는 것은 한국 철학계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책세상, 전7권, 각권 1만2,000~2만원). 그는 원전을 직역함으로써 오역의 여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렇게 난삽한 서적의 번역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역본의 형식을 빌린다든지, 여러 번역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교수의 완역본은 비트겐슈타인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엄정식 서강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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