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에서 미국측 협상단이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를 의식한 듯 자국의 민감 분야인 자동차와 의약품ㆍ의약기기 작업반 협상 등에서 한국측에는 매우 공세적이면서도 자국산업 개방에는 초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
자동차 시장개방 신경전
미국측은 상품분과 양허(개방)안 교환을 위한 3일간의 협상에서 자동차의 시장개방 시기를 둘러싸고 한국측과 첨예한 신경전을 펼쳤다. 우리나라가 쌀을 중요하게 생각하듯 미국은 자동차 분야를 자국의 자존심이 걸린 협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미측은 결국 이번 협상에선 자동차를 관세철폐 기간을 결정하지 않는‘기타’항목으로 분류, 한국측 협상단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혜민 한ㆍ미 FTA 기획단장은 “미국 협상단이 자동차 시장개방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번 협상을 통해 실감했다”며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둬서인지 주요핵심 분야를 놓고 협상단 고위 관계자들이 특히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철폐 기간 등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경우, 그 결과가 내달 중간선거에서 FTA를 추진하는 미 공화당에 엄청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협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고받기’식 협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상품분과 협상이 한 차례 중단되는 등 난항을 겪은 것도 이 같은 정치적 변수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한국측 협상단은 분석하고 있다.
자동차 빠진 FTA는 껍데기
자동차는 한국으로선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알짜배기 시장이다. 실제로 자동차가 FTA에서 제외되면 전체 FTA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자동차는 지난해 미국으로 87억3,600만 달러 어치가 수출돼 대미 수출의 21.1%를 차지한 품목이다. 자동차 부품도 21억100만 달러(5.0%)가 수출됐다. 승용차와 부품은 2.5% 관세를 적용 받고 있으며 상용차는 최고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의 대미 수출관세가 철폐되면 지난해 기준으로 2억4,500만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순이익률이 5%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2.5%의 관세 철폐 효과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는 25일 “향후 5,6차 협상에서 상품분야의 주요 핵심과제는 자동차의 관세 철폐 계획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약품 협상 뜨거운 쟁점
미국측은 이번 4차 협상 의약품 작업반 협상에서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수용한 만큼 의약품의 허가와 특허 연계, 오리지널 의약품의 자료 독점권 등 특허권 강화를 강도 높게 요구했다. AP와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이번 협상 중 자동차와 의약품 협상을 가장 뜨거운 쟁점 분야로 다뤘다. 미국의 파상적 공세는 기존 3차례 협상 때와는 달랐다는 것이 한국측 협상단의 진단이다.
서귀포=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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