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25일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제재가 당장 거둬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분명히 한 것은 북한 핵문제 해결의 길이 훨씬 멀고 험난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의 메시지는 북한의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성과가 가시화하기 전까지는 현재의 제재국면에서 후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재에 대한 북한의 보복 위협과 관련,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봐야 한다.
제재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라이스 장관은 또 북한 핵문제에 대한 다자적ㆍ지역적 접근 원칙을 거듭 천명함으로써 북미 양자협상 거부 입장을 보다 확고히 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 핵실험과 그에 따른 대응과정에서 중국의 협조까지 확보된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협력형태’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면서 북한과 양자협상을 했다면 이 같은 협력형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논리를 동원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나라 안팎에서 점증하는 북미 양자협상 요구에도 불구, 그 같은 길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논리를 축적해 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이러한 새 협력형태를 동북아 다자안보틀로 발전시킨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미국이 ‘글렌 수정법’에 따른 추가적 대북 제재조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다른 나라에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넘어서는 추가 제재를 독려하고 나선 것은 특히 한국 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유엔 안보리 결의도 좁게 해석하려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막후에서 추가적 제재에 대한 압박까지 받게 된다면 한미관계는 더 일그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든 미국의 현재 목표는 대북 제재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것임이 확연해 졌다.
미국은 제재도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외교의 한 수단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러한 수사가 갖는 현실감은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진지하게’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복귀의 길이 핵실험 이전만큼 넓지는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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