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이 일본 재즈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제덕은 25일 도쿄 아카사카의 재즈클럽 ‘비_플랫’에서 일본 진출을 위한 쇼케이스 공연을 가졌다. 150여명의 재즈 애호가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 가운데 펼쳐진 이날 공연은 연주자와 청중이 하나가 된 감동의 무대였다.
까다롭기로 이름난 일본의 재즈 애호가들은 처음에는 재즈 하모니카의 ‘정체’에 대해 의심 섞인 호기심을 드러냈다. 표정은 굳어있었고, 눈빛은 날카로웠다. 그러나 첫 곡 ‘우리의 젊은 날’이 연주되자 호기심은 신뢰로 변했다.
베이스기타 듀엣 ‘블랙 버드’와 피아노 듀엣 ‘아이 윌 웨이트 포 유’가 5, 6번째 곡으로 흘러나오자 벽은 완전히 허물어졌다. 전제덕 밴드의 재즈 하모니카 선율은 때로는 섬세한 바이올린처럼, 때로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처럼 청중의 가슴 속을 파고 들었다. 그들은 어깨를 들썩이고 환성을 지르며 몰입했다.
이날 공연의 절정은 전제덕이 앵콜곡으로 스티비 원더의 ‘부기 온 레게 우먼’을 열창했을 때. 그의 보컬에 깜짝 놀란 청중은 다시 환호했다. “손바닥만한 하모니카 하나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수근거렸던 청중은 “전제덕의 하모니카에는 인생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우주가 있다”고 경탄했다.
흥분한 것은 연주자들도 마찬가지. 2년 전 구성된 이 밴드는 섬세하면서도 힘있는 재즈를 선보였다. 밴드 마스터 정수욱(기타)은 “하고 싶은 음악을 음악으로 전달했다”고 즐거워했다. 이인관(색소폰)은 “우리도 다른 때와는 다른 느낌을 갖고 연주했다”고 말했다. 국적을 초월한 음악의 교감이 가져다 준 만족감이었다.
1시간 20분여의 공연이 끝났어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청중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일본인 음악관계자는 “일본 사람들이 그들의 음악을 이토록 열광적으로 받아들일지 상상도 못했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재즈가 하고 싶었는데 만만한 게 하모니카뿐이었다”는 전제덕은 수준높은 연주로 재즈 한류의 일본 상륙을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또 아르헨티나와 한국에서 활동 중인 정진희(피아노)_손경선(바이올린) 듀엣 ‘오리엔트탱고’도 소개돼 힘찬 박수를 받았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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