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 현장에 발로 뛴 경찰이 있었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사건을 지휘하며 프랑스 당국과 긴밀한 사법공조를 이뤄낸 검찰이 있었다.
영아들의 부모로 밝혀진 쿠르조씨 부부는 영아 발견 후인 7월 프랑스로 떠나 국내 수사가 어렵게 됐고 프랑스 당국은 우리 수사결과를 불신하는 터여서 이 사건은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소지가 있었다. 때문에 프랑스와 사법공조 역할을 담당한 검찰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했다.
검찰은 프랑스와의 외교관계 등을 고려,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건 지휘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박은재 검사는 수사 진행과 동시에 기록을 프랑스어로 번역할 것을 경찰에 요청했다. 박 검사는 “프랑스가 사법 공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입건 범위를 정하는 데도 신중을 기했다. 프랑스 사법당국에 수사기록을 보낼 때 부인 베로니크 쿠르조는 피의자로, 남편 장-루이 쿠르조는 참고인 신분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남편도 여러 정황상 피의자로 볼 수 있었지만, 성급한 예단이 프랑스측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프랑스이 영아들의 DNA 샘플을 요구할 것을 예상, 영아시신의 원형보존을 지시했다. 수사팀은 영아 시신을 마땅히 둘 곳이 없자 냉동고를 새로 구입하기도 했다. 8월 영아들의 부모가 쿠르조씨 부부라는 DNA 조사 결과가 나오자 예상대로 프랑스 당국은 영아의 DNA 샘플 채취와 시신 보존을 직접 요구해 왔다.
검찰은 이를 사법공조의 지렛대로 사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프랑스측에‘한국 당국이 영아시신을 원형보존하는 대신 프랑스는 한국이 보낸 질의서에 반드시 회신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요구해 받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당국이 한국의 수사기록을 받아보고 정작 공조에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우리쪽에서는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박충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경찰의 철저하고 과학적인 수사와 검찰의 사법공조 노력이 합쳐 프랑스 당국도 인정하는 성공적인 결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한다”며 “프랑스가 피의자들을 조사한 결과을 담은 수사기록이 곧 국내에 도착하면 쿠르조씨 부부의 범행동기와 살해 방법 등의 전모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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