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반도 북서쪽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대표적 휴양지 페낭 섬. 말레이 반도와 폭 4.4㎞의 좁은 해협을 경계로 인도양 위에 떠있는 거북이 모양의 작은 섬이다.
‘동양의 진주’, ‘인도양의 에메랄드’라는 화려한 닉네임이 무색할 정도로 첫 인상은 평범하기 그지 없다. 눈이 시릴 만큼 푸른 바다나 비단 같은 백사장이 펼쳐진 휴양지를 떠올린다면 실망한다. 화려한 유적지나 휘황찬란한 밤 문화도 없다.
하지만 가족 단위로 일주일 정도의 짧은 휴가 기간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쉴 곳을 찾고 있다면 안성맞춤이다. 페낭 섬은 폭풍과 지진, 화산 등 자연재해가 거의 없어 말레이시아 현지인들은 ‘신의 은총을 받은 땅’이라고 부른다. 또 울릉도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지만 경제 규모는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이어 두 번째의 부촌으로, 치안상태도 훌륭하다.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가 인도 여행을 마치고 이 섬에서 여행의 고단함을 추스른 이유를 이해할 만하다.
바다와 산이 공존한다는 것도 페낭의 장점이다. 해발 830m의 페낭힐에 오르면 페낭 신시가지는 물론이고, 해안선과 바다, 말레이시아 본토, 섬과 본토를 잇는 길이 13.5m의 페낭대교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페낭힐을 오르려면 궤도열차 ‘후니쿨라’를 타야 하는데 비록 탑승 시간은 짧지만 마치 스위스 산악열차를 타는 듯 운치가 있다.
페낭에는 여러 민족과 종교가 뒤섞여 있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인구는 말레이, 중국, 인도계로 다양하게 분포돼 있으며, 주민의 3분의 2는 2차대전 때 일본군에게 끌려온 주석광산 노동자의 후예인 중국계다. 그러다 보니 음식문화가 다양하게 발달해, 여행지에서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으로 고생할 염려도 적다.
페낭의 주도인 조지타운에는 이슬람교와 불교, 힌두교 등 각 종파의 사원과 영국 식민지 시절의 고풍스러운 유럽 스타일의 건축물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치 다민족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압축판을 보는 듯하다.
다양한 사찰도 볼거리다. 말레이시아 국교인 이슬람 문화(아킨스트리트 모스크), 화교 문화(구씨 사원)에다가 인도계 힌두교 사원과 불교 사찰까지 공존한다. 불교 사찰도 세 종류다. 동남아 최대의 절인 극락사는 중국식, 길이 33m의 와불상과 등신불로 유명한 왓 차야망칼라람은 태국식이며, 1803년에 건축된 말레이시아 최고(最古)의 절은 미얀마식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가볼 만한 곳은 동양 최대의 절인 극락사. 사찰의 내부에는 정교하고 섬세한 조각품들로 가득하고, 천장은 화려한 색채의 그림으로 장식돼 있다. 사원에 있는 7층 석탑도 눈길을 끈다. 탑의 내부 벽면은 층마다 각기 다른 색으로 칠해진 1만개의 부처상이 조각돼 있는데, 8각의 밑부분은 중국, 중간 부분은 태국, 꼭대기의 나선형 돔은 버마 건축 양식으로 지어져 있다.
이 밖에 말라카 해협에 자주 출몰하던 해적과 다른 열강의 침입을 막기 위해 영국군이 만든 콘월리스 요새(Fort- Cornwallis)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역사와 문화, 자연을 소개하고 있는 페낭 박물관과 영국이 말레이시아를 통치하던 1818년에 지은 말레이시아 최초의 영국 성공회 교회인 세인트 조지 교회 등도 가볼 만하다.
시내 관광이 끝나고 조용한 휴식 시간을 즐기고 싶으면 섬 북서쪽에 끝없이 펼쳐진 바투 페링기 해안(Batu Feringgi Beach)으로 떠나보자. 바투 페링기 해안을 따라 즐비하게 들어선 리조트들은 저마다 전용 해변과 수영장은 물론이고 어린이를 위한 부대시설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샹그릴라 라사 사양 리조트, 샹그릴라 골드 샌드 리조트, 무띠아라 비치 리조트, 노보텔 페낭 등 해변에 둥지를 튼 고급스러운 리조트들은 모두 전용 해변을 갖추고 있어 한적하게 선탠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선텐이 싫증나면 해양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페낭 해변에는 파도가 거의 치지않아 제트스키나 바나나보트 등 일반적인 해양 레포츠뿐만 아니라 스노클링과 스킨스쿠버 다이빙까지, 바다를 테마로 한 거의 모든 레포츠가 가능하다. 물빛 바다가 그리우면 산호초가 발달한 작은 섬으로 이동해 스노클링을 하거나 열대어에게 먹이를 주는 코랄 섬 투어를 떠날 수도 있다.
페낭=권대익기자 dkwon@hk.co.kr
■ 페낭의 '샹그릴라 라사 사양 리조트' 새단장
말레이시아 페낭의 ‘샹그릴라 라사 사양 리조트(Shangri-La’s Rasa Sayang Resort)’가 최근 18개월간의 새단장을 끝내고 다시 여행객을 맞고 있다.
라사 사양 리조트는 페낭섬 북부 바투 페링기 비치(Batu Feringgi Beach)에 자리잡고 있는 고급 리조트 가운데 하나로, 최근 리노베이션 공사를 통해 기존 514개의 객실을 304개로 줄이는 대신 각 객실의 면적을 2배 정도 늘리고, 모든 객실에서 바다를 볼 수 있도록 개조했다.
특히 ‘치 스파(CHI Spa)’가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이곳은 생동감과 균형을 주제로 해 정원, 스팀룸, 샤워 부스, 명상실, 스파 수영장 등을 골고루 갖췄으며, 히말라야 돌 치료 마사지 등 30여 가지의 스파 프로그램으로 안락하고 편안한 여행을 원하는 여행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다채로운 요리로 가득한 식당도 눈길을 끈다. 풍성한 만찬이 끊이지 않는 페링기 그릴(Feringgi Grill)과 중국요리를 맛볼 수 있는 샹 코트(Shang Court)는 휴양에 먹는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페낭을 여행하려면 수요일과 일요일에 말레이시아 항공과 대한항공의 직항편을 이용할 수 있다. 비행 시간은 6시간 정도 소요되며, 페낭 국제공항에서 리조트까지는 자동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자세한 여행 정보는 말레이시아 관광청(www.mtpb.co.kr) 홈페이지와 다음 카페 ‘말레이시아포유(cafe.daum.net/Malaysia4U)’, ‘알럽 페낭(cafe.daum.net/ilovepenang)’등에서 얻을 수 있다.
페낭은 7~8월에 걸쳐 한 달간 우기이고 나머지 달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기 때문에 비로 인해 여행을 망칠 염려는 없다. 기온은 높지만 습도는 동남아치고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페낭=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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