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왜 불과 4일 뒤에 공식 발표할 중대 사안을 서둘러 발설했을까. 추 장관의 23일 ‘신도시 신규 건설 계획’ 발표가 청와대나 재정경제부와의 사전협의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추 장관의 예고 없었던 건교부 기자실 방문은 불과 30분 전에야 기자들에게 통보됐을 정도로 느닷없이 이뤄졌다. 건교부 관계자가 “공급정책에 대한 원론적인 언급 수준의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을 정도로 건교부 내부에도 발표 내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추장과의 발언의 내용과 형식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는 비공식적 기자간담회 형식의 이날 자리에서 “수도권에 신도시 한 곳을 추가로 건설하고 기존 신도시 한 곳은 확대 개발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으나 “자세한 내용은 이 달 중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추가 언급을 회피했다. 관련 부처간에 꼼꼼히 사전 협의를 하고 자료 준비를 마친 뒤 공식석상에서 신중히 발표했어야 할 사안을 운만 띄우는 수준에서 미리 누설한 셈이다.
우선 부동산 업계에서는 추 장관의 깜짝 발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당연히 시장에서도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추 장관의 발언 이후 유력후보지로 오르내린 인천 검단 지역은 하루 만에 아파트 호가가 2,000만~5,000만원 정도 상승했고, 미분양 아파트에는 청약자가 대거 몰리면서 몸싸움이 벌여지기도 했다. 또한, 검단발 집값 상승의 여파로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수도권 전체의 부동산 가격이 꿈틀거릴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할 추 장관이 투기세력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신랄한 비판을 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23일 추장관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와 재경부 등과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부동산 주무부처 장관이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까지 굳이 협의할 필요가 있느냐”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신도시 건설은 부동산 업계에서는 메가톤급 사안이며 시장에 즉각적이고도 엄청난 반향을 미친다”며 “건교부 장관은 이 같은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당사자인 만큼 그의 행동을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추 장관이 최근의 집값 상승 추세로 인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다소 경솔한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추 장관의 발언이 나왔던 23일 대부분의 조간신문들은 최근 집값 상승세를 주요 기사로 다루면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이에 당황한 추 장관이 이 같은 상황을 조금이나마 잠재우기 위해 ‘히든카드’로 신도시 건설 방침을 미리 앞당겨 언급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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