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의원 선거 두 곳을 포함해 9곳에서 치러진 재ㆍ보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또 영패(零敗)를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해 4ㆍ30 재ㆍ보선 이래 계속된 영패의 행진이 벌써 40번이다. 집권 여당이 각종 선거에서 이런 희한한 기록을 세운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 열린우리당은 더 이상 집권당으로서의 존재의미와 기능을 잃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그런가에 대해 구구한 설명이 필요치도 않다고 본다.
사실 이번 선거는 힘주어 의미를 부여할 만한 규모가 아니었지만 지역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어 과소평가할 수도 없었다. 북한 핵실험 이후 정부 여당의 처신과 대처 방식이 논란을 빚는 상황이라는 점을 유의할 만했다. 결과는 이에 대한 민심의 평가라고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북한이 끝내 핵을 보유하는 길로 치닫게 됨으로써 대북정책 실패가 뻔한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이렇게 저렇게 둘러대는 언사로 포용만을 고수하는 집권 세력의 태도에 분명한 딱지를 놓은 것이다.
김근태 대표가 개성공단 방문을 강행하더니 춤판까지 벌인 것을 돌출 행동이었다고 접어준다 한들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선거가 말하고 있다. 국정 전반의 무능이야 새삼 거론할 것도 없다. 집권의 궁극적인 책임이자 이유여야 할 국가 안보의 문제에서 이 정권을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심판이 내려진 것이다. 대통령과 최고위 당국자, 그리고 여당 사람들은 하나같이 국민과 여론을 무시하고 안하무인의 고집에 사로잡혀 있다. 국민을 외면하고 상식과 괴리된 정권을 유권자들이 용서할 리가 없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여당은 지금 갖가지 꿍꿍이를 하는 모양이다. 생존이 다급하다 보니 분당과 창당의 주역들이 전면에 나서 스스로 자기를 부정하는 모습까지 연출하고 있다. 그래 봐야 나오는 소리가 정계개편 운운이지만 기만과 눈가림에 불과하다. 집권 여당의 실패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남은 일은 이를 인정하고 걸맞은 응분의 처신을 겸허하게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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