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편의 ‘가을의 전설’이 탄생했다.
3-3으로 맞선 삼성의 연장 12회초 공격. 2사 2루에서 한화 마무리 구대성의 4구째를 친 박진만의 타구는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흘렀다. 빠르지도 않은 타구. 그러나 코스가 좋았다. 한화 2루수 한상훈이 몸을 날려 잡아낸 뒤 홈으로 송구했지만 2루 주자 김창희는 홈플레이트를 통과한 뒤였다.
삼성이 박진만의 활약으로 침몰 직전에서 기사회생하며 ‘대권’을 향해 한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삼성은 2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한화를 4-3으로 물리치고 2승1패로 균형을 깼다. 역대 23차례의 한국시리즈 가운데 1승1패의 균형을 깬 팀이 우승을 차지한 건 총 9차례 경우 중 8번이나 됐다.
반면 권오준과 오승환을 무너뜨리고도 뼈아픈 패배를 당한 한화는 지난해 10월6일 SK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부터 이어 온 대전구장 5연승 행진이 중단되며 ‘가을 안방 불패’ 신화가 막을 내렸다.
박진만은 연장 12회 결승타를 포함해 6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이날까지 42경기째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박진만은 현대 전준호(41경기)를 뛰어넘어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 경기 출장의 금자탑을 세웠다.
박진만은 96년 현대에 입단해 올해까지 프로 11년 가운데 6차례나 가을 잔치에 초대 받아 그 중 5차례나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가을 사나이’. 올 시즌 대권을 향한 중요한 길목이었던 3차전도 박진만의 손 끝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박진만은 3차전 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삼성은 4차전 선발로 내정됐던 배영수를 포함해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인 8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총력전을 펼쳤다. 배영수는 연장 12회말 1사 후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이번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삼성은 믿었던 ‘KO 펀치’가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며 남은 경기에서 고민을 떠안게 됐다.
권오준은 3-0으로 앞선 8회 한화의 선두타자 4번 김태균에게 솔로포를 허용했고, 곧바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2사 1루에서 백업 요원인 8번 심광호에게 중월 동점포를 맞으며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한화도 극적인 역전승을 놓친 아쉬움과 함께 9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구대성이 4이닝이나 던지는 등 후유증이 예상된다.
두 팀은 26일 오후 6시 대전구장에서 4차전을 벌인다. 삼성은 왼손 전병호, 한화는 ‘괴물 신인’ 류현진이 선발로 나선다.
대전=이승택기자 lst@hk.co.kr이상준기자 jun@hk.co.kr
■ 한국시리즈 3차전 양팀 감독의 말
● 삼성 선동열 감독 = "권혁·임창용 경험 잘 살려"
3차전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오늘은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오승환이 동점 홈런을 얻어 맞고 난 뒤에는 불펜의 다른 투수들을 가동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교체했다.
배영수는 12회 결승점을 뽑은 뒤에 마무리로 쓸 생각을 했다. 배영수는 4차전에서 전병호의 뒤를 받치게 해 5~6이닝 정도를 던지게 할 것이다. 권혁과 임창용이 역시 경험이 있고 좋은 공을 갖고 있는 투수들이라 잘 던져 줬다. 4차전은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 한화 김인식 감독 = "투수 좋은 삼성 부러웠다"
선발 최영필은 제 몫을 다했는데 타선이 초반에 터져주지 않아 끌려 갔다. 8회 동점 홈런으로 기사회생 했지만 결국 리드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에서 마무리가 되지 않아 졌다.
역시 삼성이 투수가 좋은 팀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명을 빌려오고 싶을 정도다. 구대성은 오늘 50개를 넘기면 4차전에서는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내일은 문동환이 뒤를 받치며 길게 던지게 하겠다. 오승환이는 1차전 때도 얘기했지만 충분히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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