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얘기만 믿다가 1억원이 날아갔습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23일 "조만간 집값이 하락할 테니 지금 집을 사지 말라"고 단언한데 대해 네티즌이 표출한 불만이다. 이 네티즌은 "정부 말을 믿고 봐두었던 아파트 매입을 미뤘는데 반년만에 1억원이나 상승했다"며 "이제는 집을 사고 싶어도 살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2003년의 10ㆍ29대책을 필두로 지난해 8ㆍ31대책, 올해 3ㆍ30 대책까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연이어 쏟아졌지만 집값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25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10ㆍ29대책 이후 9월까지 서울 강남구 등 소위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 가격은 35.9%나 올랐다.
평촌이 무려 44.4% 상승했고, 서초 40.2%, 분당 38.9%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도 17.2% 올랐고 전국적으로는 10.4% 상승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3ㆍ30 대책 이후 불과 6개월 동안에도 서울 6.2%, 전국 3.7%, 버블세븐 지역 9.4%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집값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에만 다소 잠잠했을 뿐 파장이 약해지자마자 다시 요동을 치는 양상을 되풀이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불패론'이 시장의 '부동산 불패론'에 완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로운 신도시 건설과 민간주택 용적률 완화 등 공급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시장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부동산 대책은 강도가 점점 강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선 도무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건축개발이익 최대 50% 환수 등은 하나같이 시장에 충격파를 던질 수 있는 강력한 정책들이었다.
그런데도 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을까. 시장 전문가들은 참여정부의 시장에 대한 접근방법과 정책 내용 모두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과세 위주의 수요억제 정책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근본대책인 공급확대 측면은 간과했다는 것.
재건축 규제 등으로 서울 강남지역과 신도시 등 '알짜' 지역의 공급 여력을 묶어둔 상황에서 부동산 부자들의 매물이 예상보다 부진해지자 이들 지역의 집값이 뛸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일관성 없는 '땜질'식 대책들도 문제로 지적된다. 분양가 폭등 현상이 발생하자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던 입장을 불과 2년만에 뒤집은 점이나 공급부족 등으로 전세값이 상승하고 중소형 아파트 가격까지 들썩거리자 신도시 건설 대책을 급조해낸 점 등이 대표적인 졸속행정 사례다.
'버블세븐' 거품을 잡겠다면서 판교 분양가에 거품을 100% 반영한 점 등은 정책의 내용과 현실이 완전히 어긋났던 케이스로 꼽힌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초의 정책에서 무리한 점은 없었는지, 개선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러다가 정치 논리에 밀려 정책이 한번에 뒤집어진다면 정부를 믿었던 국민의 피해는 누가 보상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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