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프랑스)가 수사했어도 한국 경찰보다 더 잘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베르트랑 아멜(Bertrand Hamel) 주한 프랑스대사관 경찰주재관이 25일 서울 방배서를 찾았다. 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3개월. 프랑스 정부 관계자가 자국민이 연관된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 경찰을 직접 찾아온 것은 처음이다.
"Merci!(고맙습니다)."
아멜 주재관은 수사를 지휘한 김갑식 형사과장의 손을 부여잡고 감사의 인사부터 건넸다. 그는 "한국 수사팀이 고생을 많이 하신 걸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저 개인적으로 인사를 하러 온 자리"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멜 주재관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달라진 프랑스의 분위기가 큰 몫을 했다. 사건 초기, 프랑스 사회는 한국 경찰의 조사 자체를 미심쩍어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 검사결과 이들 부부가 숨진 아이들의 친부모로 확인되었을 때도 프랑스의 반응은 냉담했다. 오히려 "쿠르조 부부가 제 자식의 죽음에 연관됐을 리 없다"고 거듭 주장한 변호사 모랭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프랑스 경찰이 재차 DNA 검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에서 건네 받은 수사내용이 맞는 것으로 드러나고, 이어 부인 베로니크(39)가 범행을 시인하면서 프랑스 사회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프랑스 국민들 사이에서는 "철저하고 정확하게 수사를 진행한 한국 경찰을 존경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프랑스 언론에서도 뒤늦게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프랑스의 대표적 일간지 르몽드는 17일자 컬럼을 통해 "프랑스 경찰, 사법당국, 언론, 여론은 모두 건방진 시선으로 한국의 수사결과를 무시했다"며 반성을 촉구했다. 르몽드는 또 "우리는 한국의 전문가들이 말하고 설명하고 입증한 사실들을 보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며 "세계 12대 강국인 한국을 마치 외국인을 인질로 잡기 위해 문서나 꾸미는 독재국가로 의심했었다"고 고백했다.
리베라시옹은 21일자에서 "아마도 프랑스가 부끄러워서 사건의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던 게 아니냐"고 되물은 국과수 검시 전문의의 발언을 싣고, 한국의 DNA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한 프랑스 당국의 태도를 꼬집었다.
아멜 주재관은 "프랑스 사법당국은 한번도 한국의 수사를 불신한 적이 없다"며 "DNA 검사는 수사절차상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었기 때문에 다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프랑스 수사당국이 조만간 수사팀을 파견하는 등 형사공조를 요청해 올 것"이라며 협조를 거듭 부탁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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