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로 취임 한 달이 된다.
첫 전후 세대 총리로서 우익으로 기운 보수 강경노선을 걸을 것으로 예상됐던 아베 총리는 취임 후 현실적이면서도 실용적 노선을 선택해 국내외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강행 등으로 엉망이 됐던 한국ㆍ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당면 과제였던 중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승리해 정권운영을 안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시아외교를 개선하기 위해 그가 보여준 적극적 노력이었다. 총리가 되기 전 그는 일본의 침략전쟁을 ‘자위를 위한 전쟁’으로 자리매김하고, 과거 일본 정부의 반성 및 사과를 ‘사죄외교’로 비판했었다. 또 전후 체제의 극복을 위한 헌법개정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자위를 위한 핵 무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전형적인 보수 강경파 정치가였다.
그러나 그는 총리가 된 후 극적인 궤도수정을 했다. 그는 국회 답변 등을 통해 침략전쟁을 반성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와 일본군 군군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한 ‘고노 담화’의 계승을 천명했다. 그의 정치적 우상인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 등 전쟁을 이끈 지도자들의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신은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결국 불분명했던 정상회담의 재개로 연결됐다. 실제로 중국측은 “아베 총리가 보여준 적극적인 태도는 칭찬 받을 만한 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국측 관계자도 “아베 총리는 상당한 실용주의자”라며 신뢰감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베 총리는 불화의 최대 원인이었던 야스쿠니문제에 대해서는 애매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지지자들 중에는 “(아베 총리가) 눈앞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발톱을 감춘 것”이라고 자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일관되게 보여준 그의 언행을 고려할 때 역 궤도수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더 많다. 자신의 변신에 대해 “비판이 많겠지만 앞으로도 총리로서 결과를 내는 대국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는 그의 다짐은 이 같은 관측을 강하게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그는 내정에서도 소프트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그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교육개혁과 관련, 최근 총리 자문위원회인 교육재생회의를 보수, 중도, 개혁 인사들로 골고루 구성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자민당 간사장은 25일 “총리의 전격적인 한국ㆍ중국 방문과 북한 핵 실험에의 엄정한 대응, 중의원 보궐선거의 승리로 정부 여당은 ‘로켓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아베 취임 한 달을 평가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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