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마다 들어가서 "캣닢이나 캣글라스 있어요?" 물었다. 어느 집에도 없었고 그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는 꽃집주인도 많았다. 하긴 나도 최근에야 그 이름들을 알았다.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풀이라는데 영 구할 수가 없다. 아쉬운 대로 로즈마리 화분을 들여놓았더니 고양이들이 황홀한 듯 냄새를 맡고 이따금 뜯어 먹었다. 한 달쯤 뒤 로즈마리 수명이 다했다.
고양이는 식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실내에 갇혀 지내는 우리 고양이들한테 모쪼록 싱싱한 초목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뭘 선물하겠다는 한 친구에게 화분을 부탁했다.
그날로 그가 배달시킨 화분이 왔다. 문을 열어보니 정장 차림의 남자가 화분을 안고 있었다. 세 개의 배꽃 문양이 새겨진 다갈색 화분에 흰 꽃 한 송이가 함초롬히 올라온 난초가 담겼다. 화분 바닥엔 인장까지 찍혀 있다.
화분을 달랬더니 작품을 보내줬네! 식탁에 화분을 놓고 난감히 들여다보는데 고양이들이 올라와 살포시 난초에 입을 댔다. 자세히 살피니 포장지 귀퉁이에 명함이 매달려 있다. '이 난(꽃)은 저의 손을 거친 작품입니다'라고 적혔다. 그러시군. 거기엔 난초 이름은 없고 작가 이름만 찍혀 있었다.
시인 황인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