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전에 접어든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이 25일 상품과 농산물, 섬유 등 주요 분야에서 첨예한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며 진전을 이루지 못해 당초 기대했던 목표달성이 불투명해졌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는 협상시작에 앞서“이번 4차 협상 중 핵심 분야에서 관세 양허(개방)안의 골격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협상단은 3일째 열린 농산물 분과협상에서‘15년 관세철폐 품목’중 최대 100여 개 품목을‘5년 혹은 10년 관세철폐 품목’으로 전환하고, 기타 품목 중 일부를 줄인 수정 양허안을 미국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기대수준에 못 미친다며 이를 즉각 거부했다. 배종하 한국측 농업분과장은“예상했던 결과”라며“우리가 제출한 양허안이 아직은 보수적이고 특히 민감 품목에 있어선 이전 안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미측이 재수정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3일간 협상 예정이던 섬유분과 협상은 이틀 만에 서로의 이견만 확인한 채 조기 종료됐다. 황규연 한국측 분과장은“미국이 협상 첫날 제출한 섬유분야 수정 양허안에는 한국측의 주요 관심품목 65% 이상에 대해 높은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실망스러웠다”며“미국이 추가 수정안을 내놓지 않아 협상을 조기 종료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관세철폐 항목은 늘리지 않으면서 엄격한 원산지 규정, 이른바 ‘얀 포워드’안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얀 포워드는 면직의 경우 솜의 생산지, 모는 양모의 생산지, 화학섬유는 원사의 생산지를 원산지로 인정하는 것이다.얀 포워드가 도입될 경우 관세를 철폐해도 한국의 수출 섬유제품은 대부분 원산지 조항에 걸려 관세철폐 혜택을 못 받게 된다.
한편 농민 120여명은 제주 일주도로에서 한ㆍ미 FTA 중단을 촉구하는 선전물을 부착한 트랙터와 트럭 70여대에 나눠 타고 차량시위를 했다. 이들은 구좌읍 종달리 입구에서 경찰과 30여분 동안 대치했다. 일부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서귀포=장학만기자 local@hk.co.kr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